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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이 이해가 가질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버즈와 디셈버리스트를 겪은 지금은 이제 아닙니다. 이젠 뭔가 알것 같다고 할까요. R.E.M.의 첫 앨범 [Murmur]은 정말 모호하고 조금 쌀쌀한데 귀여워요. 절대 친절한 앨범은 아니지만 뭔가 츤데레한 맛이 있다고 할까요.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텔레비전, 패티 스미스, 필리스, 갱 오브 포 같은 다소 신랄한 펑크 미니멀리즘과 60년대 개러지 록의 전통, 버즈와 러빙 스푼풀 같은 쟁글쟁글 컨트리/포크 기반 팝스가 결합된 앨범인데 (물론 디비스와 빅 스타 같은 파워 팝도 빼놓으면 안 되겠죠.) 가사도 그렇고 앨범이 안개에 낀듯한 희뿌연 느낌입니다. 모호한 중얼거림,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 멜로디는 그 안개 속에서도 듣는 사람을 무심하게 잡아끌어 어떤 심상으로 인도합니다.

특히 그 귀여움은 이 트랙에서 한껏 발휘됩니다. 그냥 무심하게 불러제끼다가 딸꾹질하듯이 곡을 마무리하는 마이클 스타이프의 보컬과 쟁글쟁글한 기타가 뒤에 앰비언스로 잔잔히 깔리는 드럼 사이를 헤매다가 마무리짓는게 지금과 같은 쌀랑한 날씨에 아무렇게나 휙휙 걸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1980년대라는 시대 상황하고는 정 반대의 길을 가려고 했던 앨범이고,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앨범입니다. 특히 하드코어의 발악이 짓밟히고 사그라들던 시대에서 남부에서 조용히 치고 올라왔다는 점에서 그들은 '얼터너티브'나 현 '미국 인디'의 중요한 기둥을 세웠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그전부터 60년대 개러지 록이라던가 미국 인디라는 도도한 흐름이 존재했고 R.E.M.도 크게 보면 그 흐름 속에 있었지만 끝내 메이저로 올라와 세계구급 스타가 된 밴드는 R.E.M.이 최초일겁니다. 그 뒤로 소닉 유스와 미트 퍼펫츠, 허스커 듀, 픽시즈, 너바나등 많은 밴드가 메이저 진입 루트를 따랐고요. 하지만 소닉 유스 제외하면 다들 오래 살아남지 못했고 이젠 소닉 유스도 인디로 내려온 마당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버틴 그들의 존재는 소중합니다.

그렇기에 R.E.M.은 마이클 잭슨과는 다른 의미로 1980년대 미국 음악이나 풍속사를 알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할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두 스타 모두 최근에 생을 마감했군요. 잭슨은 죽었고 R.E.M.은 해체했습니다. 시대가 끝나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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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마자 할인행사 때리는 바람에 왠지 비싸게 주고 산 것 같아서 속이 쓰리지만 벡의 [Sea Changes]는 그 쓰린 마음을 달래주는 좋은 음반입니다. 일단 앨범 느낌이 전작들과 무척 많이 다릅니다. 까불까불하지 않고 내면으로 침잠하는 앨범인데, 처음 듣기엔 좀 지루할수 있습니다. 첫 도입부인 'The Golden Age'조차 아주 느릿느릿하게 반추하는 트랙이고 'Paper Tiger'는 탈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축 가라앉은 트랙입니다. 이 앨범 나왔을 당시 당황해했을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엔 활력은 없어요. 그저 차인 사람의 심정만이 가득할뿐.

하지만 인간의 다른 일면을 본다고 생각할때 이 앨범은 벡의 어두운 부분을 잘 집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일 샬롯 갱스부르와 협업에서도 드러났듯이 이 앨범은 세르주 갱스부르와 스콧 워커, 닉 드레이크에 대한 격렬한 오마주와 경의가 담겨있는 앨범입니다. 오딜레이는 뛰어난 앨범이긴 했지만 벡의 다른 취향을 보여주는 앨범은 아니였죠. 그 점에서 [Sea Changes]는 오딜레이의 면모를 이식해오면서도 새로운 취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악을 매만지는 벡과 나이젤 고드리치의 마법은 갱스부르의 간지와 드레이크의 기이한 비상이 느껴집니다. 남자의 앨범라고 할수도 있어요. 벡의 목소리는 차이고 우울한 남자의 쓸쓸한 심정을 적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Sunday Sun'같은 비애에 찬 사이키델릭 포크 팝도 좋고요.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좋아하는 트랙은 이 트랙입니다. 우주적인 심상의 오케스트라와 전자음 둥둥 떠다니는 벡의 목소리는 차분히 진행되다가 스피리추얼라이즈드처럼 후반부에서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감정의 빅뱅을 만들어냅니다. 그 빅뱅은 정말 굉장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 파고는 앨범 전체를 덮고 있고요. 단순히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협업! 이런 수식어로 표현할수 없는 기이하고 눈물마저 나오게 만드는 일작입니다. 2000년대가 낳은 명반이라 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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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uchu-camp.net/xe/index.php?mid=board_snc&document_srl=38759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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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말 들으면 절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표정을 지을겁니다.


아니 그 giantroot가 클래식을 듣는다고?

하지만 요샌 뭔가 인디 록에 대한 애착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게 느낍니다. 트위터에도 계속 적었지만 화제작도 안 듣고.... 문득 느꼈는데 역시 제가 힙스터가 행세를 하는 것은 촌닭이 갑자기 어디 길거리에 주운 깃털을 가지고 공작이 되서 '유후~ 섹시한 까투리들, 나랑 놀지 않을래?'라며 쉐낏쉐낏 팝핀댄스 춤추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는걸 깨닫게 됬습니다. (...)

저 같은 남양주 출신 아저씨 취향 촌닭은 아저씨 취향에 만족하면서 살아야죠. 가끔 제가 존나 구닥다리에 목매고 사는 인간이라는 걸 이웃분들을 보며 느낍니다. 근데 정작 오덕이라니 이건 말도 안 돼... (아 오덕 중에서도 국외자들이구나...)

왜 클래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팝이나 록같은 대중음악과는 다른, 보컬과 가사가 많이 배제되고 (성악곡 제외) 악기들이 중심을 이루는 형식에 매료를 느껴서...라고 적으면 너무 모호하려나요. (비슷한 이유로 요새 재즈도 많이 듣습니다.) 그냥 음악 취향 폭을 늘리는 지적 허세의 발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팝이나 록을 듣는걸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닙니다. 다만 올해도 과거 올디스와 영미 제외한 제3국가?들의 음악들을 중점으로 들어보고 싶다는 계획을 짜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미 인디 록 쪽은 안들을것 같아요. 기존 밴드의 신보는 계속 체크해보겠지만. (호러스 앨범 들어봐야 할건데...)

이상 별거없는 2012년 연초에 듣는 이야기였스빈다.

P.S. 첨언하자면 클래식이나 재즈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귀에 좋으면 만사장땡이라는 건 아니지만 (정말 구린 음악도 있기 때문에) 그래도 계속 듣다보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해요. 심미안을 처음부터 만들고 들어야 할필요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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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재미있게 본 애니 [돌아가는 펭귄드럼]은 음악이 의외로 좋더라고요. 하시모토 유카리라는 사람이 맡았는데 현악기만 쨍쨍거리지 않고, 타악기의 섬세한 터치감과 실로폰과 하프시코드의 질감, 일렉트로 긴장감을 유도하면서도 메르헨적인 아련한 감수성을 깔아놓는게 의외로 상당한 내공이 느껴져 좀 놀랐습니다. 애니 리뷰에도 적었지만 들으면서 욘 브리온, 얀 티에르상, 칸노 요코 생각났습니다. 그것보단 좀 더 일본 아니메 OST 풍이 강하긴 하지만.

아무튼 작중에 등장하는 아이돌 트리플 (실은 더블) H의 곡들도 괜찮은게 많습니다. 부르는 곡 모두 일본의 80년대 글램 록 밴드인 ARB 커버인데, 한 두곡 제외하면 모두 완전히 다르게 재해석을 해서 듣는 재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ROCK OVER JAPAN 제외하면 이 해석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더라고요. 블루 하츠와 조이 디비전 풍의 거칠고 남성적인 포스트 펑크였던 원곡을 몽글몽글 YMO 풍 쇼와 일렉트로 아이돌 팝으로 재해석해냈습니다. 전반적으로 퍼퓸을 많이 벤치마킹한 느낌인데 그게 잘 어울려요. 성우들이 부른 보컬은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곡에 잘 녹아들고 있습니다. 

절대운명묵시록도 그렇고  딴건 몰라도 이쿠하라 쿠니히코는 은근히 귀가 좋은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차기작에서도 음악은 한번 기대해볼까 합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신인 일본 밴드가 나타났습니다. 이번에 방영하고 있는 치하야후루라는 애니의 오프닝 주제가인데,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곡엔 시모키타자와 로크의 기분좋음이 한껏 담겨있습니다. 기타가 중심이 되는 파워 팝, 상큼한 질주감과 서정적인 가사.... 흡사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나 비트 크루세이더를 듣는 느낌이였습니다. 어찌보면 단순하지만 가장 원형적인 쾌락을 담고 있는 트랙입니다. 그리고 B사이드의 'Same love, Different heart'는 순수한 어쿠스틱 송으로, 분카이 로크의 서정을 맛볼수 있는 곡입니다. 약간 어설프지만 풋풋한 느낌이 살아있는 뮤비도 그렇고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서서히 쿠루리나 슈퍼카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걸 생각해보면 이 순수함과 풋풋함, 질주감을 모두 지니고 있는 99RadioService의 메이저 입성은 환영해야 마땅합니다. 음... 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딴눈 팔지 말고 계속 꾸준히 해주세요... 응원하겠습니다.
 
이 곡이 실린 동명의 앨범을 포크 음반인줄 알고 샀는데 포크 '팝' 음반이여서 당황했습니다. 그러니깐 조안 바에즈나 밥 딜런을 생각하고 샀는데 캣 스티븐슨이나 캐롤 킹, 빌리 조엘, 닉 드레이크 2집이 나온 기분. 하긴 리차드 톰슨이 재직했던 페어포트 컨벤션의 음악들을 생각해보면 당연한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단 페어포트 컨벤션 때보다는 덜 민속적이고 더 팝적입니다. (리처드 톰슨은 [Ligde and Lief] 시절부터 자작곡을 쓰고 싶어했는데 결국 충돌이 일어나 샌디 데니와 동시기에 페어포트를 떠나죠.) 물론 기본적으로 포크 어법이 많이 도입됬고 포크 곡도 상당수 포진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렇게 간출한 앨범은 아닙니다.

그래도 전 캣 스티븐슨이나 캐롤 킹, 빌리 조엘 같은 걸 무지 좋아하기 때문에 좋았습니다. 가을비가 내리고 난 뒤 거리의 심상을 담은 포크 팝 앨범이라는 느낌인데, 관악기와 전자 기타 같은 풍부한 악기들을 동원하면서도 써늘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재현하는게 좋습니다. 특히 이 곡은 들썩들썩 하는 베이스 그루브와 차분하지만 정교한 테크닉으로 연주하는 리차드 톰슨의 전자 기타에 흥겨움과 멜랑콜리한 가사를 담아내는게 인상적입니다. 'We Sing Hallelujah' 도입부에 삑삑대는 오르간도 인상적입니다.

영국 포크와 거기서 파생된 포크 팝/록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봐도 괜찮을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페어포트 컨벤션 팬이라면 필청. 물론 리차드 톰슨이 단순히 기타 잘치는 포크 로커 이상으로 곡도 잘 쓰고 가사도 잘 쓰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P.S. 부부 듀오인데 정작 부부은 80년대에 이혼했죠. 리차드 톰슨은 무슬림으로도 유명합니다.



같은 싱글 다른 컨셉 뮤직 비디오ㅋ

10월에 발매된 LAMA의 두번째 싱글은 양면 싱글인데, UN-GO 엔딩으로 쓰이게 된 Fantasy는 소나타를 연상시키는 피아노 독주를 시작으로 탁하고 또르르 굴러가는 글리치 비트, 어쿠스틱 기타가 인상적인 써늘한 일렉트로닉 팝입니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음예한 감수성도 살아있고요. 싱글의 어둠을 대표하는 곡이라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Cupid는 둥둥거리는 베이스를 기조로 삼고, 상큼하게 팡팡 터지는 신스와 기타가 곁들어진 기타 팝입니다. 무엇보다 절정 부분마다 찍어내리는 신스 편곡이 인상적입니다. 싱글의 빛을 대표하는 곡이겠죠.

어찌됬든, 이 곡들을 들어보면 말기 슈퍼카도 그렇고 나카무라 코지와 후루카와 미키의 관심사는 뉴 오더로 넘어간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포스트 펑크의 향취가 강하게 풍깁니다. [Answer]와 'Wonder Word'로 대표되는 말기 슈퍼카는 현란한 색채가 빠져버리고, 뉴 오더에 대한 리스펙트와 무채색의 정념을 묘사하는데 집중했는데 새 밴드 LAMA에선 그게 본격화된듯한 느낌입니다. 새로 영입한 멤버 우시오 켄스케가 agraph라는 이름으로 Fennsez 풍의 미니멀 테크노를 해왔다는 사실도 그런 심증에 증거를 더해주고요. 만약 슈퍼카가 계속 활동을 진행했다면 어떤 음악을 했을까, 라는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는 흥미로운 트랙들이라 생각합니다.



요새 핑크 플로이드 전집이 새로운 리마스터링으로 재발매 됬더라고요. 거기에 곁다리로 시드 바렛 카달로그도 전부 리마스터링 됬고. 덕분에 제가 사들인 Wish You...이거 애매하게 됬습니다 -0- 그래도 조촐한 기념으로 이런 포스팅을..

로저 워터스의 핑크 플로이드가 너무 알려지다 못해 이젠 클리쉐까지 된 느낌이라면 시드 바렛의 핑크 플로이드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존재입니다. 바렛의 핑플은 두번째 앨범을 끝으로 (사실 배릿은 핑플 두번째 앨범은 거의 참여하질 못했으니 온전한 걸로만 따지자면 파이퍼 앨범이 유일합니다.) 단명하기도 했고, 시드 바렛도 두 앨범 발표 이후엔 은둔하다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죠.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사람입니다.

시드 바렛 시절의 핑크 플로이드는 블루스 기운이 덜 나는 대신, 사이키델릭으로 가득합니다. 루이스 캐럴과 케네스 그레이엄 (핑플 첫 앨범 제목부터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챕터 제목인 '새벽녘에 피리 부는 목신'이니깐요.) 같은 영국 동화 작가들에게서 힌트를 얻은 유아적 사이키델릭이라고 할까요. 키플링의 시와 동화들을 가지고 앨범을 만든 도노반이나 영국 민요에서 영감을 얻은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하고 비슷한 과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미국 아해들의 음악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감수성이죠. 신비롭고 음습하고 축축하고... 섬나라 종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광기. 바렛의 광기는 폭발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을 향한 조곤조곤한 광기입니다. 로저 워터스의 사회에 대해 침을 뱉는 외적인 광기하고는 멀죠.

물론 워터스의 핑플하고 공유하고 있은 음악적 특성들도 분명 있습니다. 일단 위에도 적었지만 광기라는 테마가 이때부터 지배했다는 걸 알 수 있고, 여기 올린 'Interstellar Overdrive'의 극적이고 야심만만한 스케일로 이뤄진 즉흥 연주는 [The Wall]과 [Animals] 같은 워터스가 만들어낸 컨셉 앨범과 수록곡들의 시금석이라 볼 수 있을겁니다. 수록곡 'Bike'와 'Astronomy Domine'의 탈력적인 엇박자와 부유하는 멜로디를 다양한 소리들로 엮어서 음습한 분위기를 창출하는 부분은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기조에 큰 영향을 준 게 분명합니다.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The Another side of the Pink Floyd입니다. 예전에 트위터에도 적었듯이 "핑플을 로저 워터스로 기억하는 사람은 입문자, 시드 바렛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좀 들은 사람"라 말할 수 있겠네요. 또 영국 사이키델릭을 말할때 빼놓을수 없는 음반이기도 합니다.

시드 바렛은 탈퇴 이후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냈는데 당시엔 별로 주목받진 못했습니다. 8-90년대 포스트 펑크~얼터너티브 시절 후배들이 발굴해내 솔로도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라서게 된거죠. 그나마 가장 알려진 음반이라면 역시 [The Madcap Laugh]일겁니다. 핑플 멤버들과 소프트 머신이 도와줘서 만든 이 앨범은 너저분함 그 자체입니다. 녹음은 정돈되지 않았고 바렛의 보컬은 찌들어있는데다 음정도 아슬아슬합니다. 막귀여도 쉽게 알아차릴 정도에요. 정돈되지 않은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랄까요. 대부분 바렛 혼자서 어쿠스틱 기타 가지고 뚱땅거리는 앨범이지만 여기에 올린 'No Good Trying'하고 'No Man's Land'는 이런 구성에서 벗어난 구성(소프트 머신이 백 밴드로 참여했습니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인상이 강한 곡도 이 둘이고요.

이 음반은 영국판 알렉산더 스킵 스펜서의 [Oar]라고 할만합니다. 음악적인 구성이나 무드가 완전 판박이에요. 포크/컨트리인데 괴상한 코드와 공감각적인 소리 구성을 집어넣어 만든 사이키델릭 포크에 가사는 난해하기 그지 없습니다. ('Dark Globe'에서는 조이스를 인용합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앨범이지만 (게으르고 지겹고 나른해서 듣고 있노라면 심신이 축축 처집니다.) 한 번 들으면 푹 빠지게 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심지어 잘 나가는 밴드 리더였다가 약물과 광기로 붕괴됬다는 개인사도 똑같죠. 핑플 1집의 에너지는 쏙 빠진 사이키 포크 팝 앨범을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시드 바렛은 이렇게 잊혀졌지만, 그가 남긴 유산들은 재야에서 암약하던 후배들의 손에서 네오 사이키델릭 팝으로 재정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소프트 보이즈, 비트 해프닝, 플레이밍 립스, 요 라 텡고, XTC, 머큐리 레브, 티어드롭 익스플로전 (=줄리언 코프), 애니멀 콜렉티브 같은 밴드들이 시드 바렛의 유산을 재조립해 불멸의 명성을 누리게 됬습니다. 지금 들어도 이 앨범은 참 신비한 앨범이에요. 자주 꺼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간간히 들을 것 같습니다.
 

온리 원스The Only Ones는 펑크 시대에 등장한 영국 밴드지만, 당대엔 별로 인기를 끌진 못했습니다. 앨범 세 장만 내고 4년만에 단명한데다 이 곡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사실은 발표 당시 뉴질랜드 챠트에 뒤늦게 중위권에 오른게 전부입니다. 당대에 인기 있었다긴 보다는 해체 후 재발굴된 밴드라 보는게 정확할겁니다.

사실 그들의 음악은 펑크이긴 하지만 우리가 아는 섹스 피스톨즈의 펑크라고 하기엔 애매한데 그들에겐 지나치게 아름다운 하모니와 멜랑콜리한 가사,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스튜디오 기술과 악기 세션 (심지어 이 곡이 실려있는 첫 앨범 수록곡에는 색소폰도 등장합니다.), 메이저 레이블 (컬럼비아 레코드)가 있습니다. 

즉 당대 영국제 펑크 중에서도 버즈콕스나 더 잼 과라 할만한 밴드인데, 음악적인 면에서는 버즈콕스보다는 더 잼 쪽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60년대 모드 밴드들의 영향력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퍼렛은 실제로 더 후, 롤링 스톤즈, 지미 헨드릭스 평전을 쓰기도 했습니다.) 물론 빅 스타와 배드핑거 같은 파워 팝 밴드들도 빼놓을수 없겠죠.

음악을 타고 흐르는 보컬 피터 퍼렛의 목소리도 분노하긴보다는 게으르고 삐딱하게 사랑사와 일상, 약물 이야기 (올린 곡도 약물 관련 묘사가 있습니다.)를 시니컬하게 짓씹습니다. 이 점에서 가사는 오히려 버즈콕스에 가까워요. 블랙 유머라도 현대 영국 사회에서 소외된 청년의 분노를 외치는 잼의 사회고발성 강한 풍자라긴 보다는 딸딸이가 좋아 미치겠는데 여친은 날 차버리고 나는 찌질이야 하는 10대 청춘을 담아낸 버즈콕스의 내적이고 삐딱한 풍자에 가깝죠.

이 곡은 셀프 타이틀 첫번째 앨범에 실린 곡인데, 확실히 이 앨범엔 사람의 인상에 확 남는 괜찮은 곡들이 많이 실려있고 종종 리버틴즈와 2000년대 브리티시제 인디 록/팝을 예견하는 트랙도 있습니다. 실제로 리버틴즈는 온리 원스를 굉장히 존경하고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같이 연주하기도 했답니다. 틴에이지 팬클럽부터 쿡스와 베이비섐블즈까지, 온리 원스가 남겨놓은 족적은 짧았지만 영국 인디 록에는 의미가 큰 족적이였습니다. 브리티시 로큰롤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이 행성은 탐사하기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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