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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즈 베이스, 킹 레코드, 마이니치 방송. 총 24화x25분. 화면비 1.78:1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幾原邦彦
시리즈 구성/각본: 이쿠하라 쿠니히코幾原邦彦, 이카미 타카요伊神貴世
캐릭터 원안: 호시노 릴리星野リリィ
캐릭터 디자인: 니시이 테루미西位輝実
컨셉 디자이너: 나카무라 쇼코中村章子, 시바타 카츠키柴田勝紀 
아이콘 디자인: 오사카베 와타루越阪部ワタル
음향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幾原邦彦, 야마다 요우山田陽
음악: 하시모토 유카리橋本由香利
프로듀서: 이케다 신이치池田慎一, 마루야마 히로오 丸山博雄 

캐스트:  키무라 스바루木村昴 (타카쿠라 칸바 / 펭귄 1호), 키무라 료헤이木村良平 (타카쿠라 쇼마 / 펭귄 2호), 아라카와 미호荒川美穂 (타카쿠라 히마리 / 크리스탈의 공주 / 펭귄 3호), 미야케 마리에三宅麻理恵 (오기노메 링고 / 우타다 히카리), 노토 마미코能登麻美子 (토키카고 유리), 이시다 아키라石田彰 (타부키 케이주), 호리에 유이堀江由衣 (나츠메 마사코), 코이즈미 유타카小泉豊 (와타세 사네토시), 토요사키 아키豊崎愛生 (오기노메 모모카), 아리나미 카즈사荒浪和沙 (나츠메 마리오), 와타나베 유이渡部優衣 (이소라 히바리)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당신은 어디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종이접기 살인마, [헤비 레인]

(전략)
하지만 우리들의 사랑은 훨씬 강한 것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그래서 천상의 천사들도
바다 밑 악마들도
내 영혼을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에서 떼어버리지 못했네.

-에드가 앨런 포우, ‘애너벨 리Annabel Lee’

공주가 다녀간 후 나무가 되살아나니 꽃을 보는 인간은 이 얼마나 기쁜가.
그녀가 지상에 남긴 흔적들은 어디를 봐야하는지 아는 자들에게만 보인다. 

-나레이션, [판의 미로]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복귀작 [돌아가는 펭귄 드럼] (이하 펭귄드럼)의 도입부는 평범한 편입니다. 아예 학원-배틀만화 장르 클리쉐로 시작했던 우테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평범한 판타지 미스테리물 도입부라 할만합니다. 병약한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여동생의 운명을 바꿀수 있는 핑드럼이라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두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죠. 하지만 이런 명쾌한 미스테리는 3화만에 곧 미궁 속으로 빠집니다. 핑드럼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주변 인물들의 음모와 비밀, 꿈이 마구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펭귄드럼의 이야기 전개는 데이빗 린치 영화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나름 현실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는 척하곤 있지만 잘 보면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은 모호한데다 과거의 망령들은 현재에 간섭하고 말도 안되는 설정들이 튀어나옵니다. 막판엔 아예 대놓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부숴버리고요. 이 부숴버림은 어느정도 주제하고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증오로 가득찬 과거의 망령이 현재의 사람들을 조종해 자신이 싫어하는 현실을 공격하고자 하는거니깐요. 이런 점은 일본의 과거사나 지금 현실하고 묘하게 맞물려서 흥미로운 해석거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이 점을 보자면 펭귄드럼은 쿠로사와 키요시 같은 일본 호러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파괴하는 망령'이란 화두하고도 연결되어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펭귄드럼은 각본이 좋은 애니는 아닙니다. 논리는 종종 어처구나 없이 비약하고, 스토리 배분이나 템포는 문외한이 봐도 이상한데다 (초반 링고 비중이 지나치게 좀... 많은데다 짜증나죠. 하나하나가 나중에 다 도움이 되기 때문에 쉽게 빼긴 뭣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맥거핀 난무에, 시퀀스 간의 연결고리는 덜컹거리고 (타부키와 유리는 아무리 꿈의 논리로 봐도 조금 더 심리/장면 묘사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충분히 캐릭터가 살아있긴 하지만.), 몇몇 등장 인물들의 심리는 다소 흐릿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려러니...하고 짚고 넘겨야 할 부분도 많아요. 대사들도 무척이나 인공적이고요. 절대로 영화학교 극작술 시간에서 다룰만한 이상적인 각본은 아니며, 이쿠하라 자신도 좋은 각본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테나를 보고 있는데 에노키도 요우지가 얼마나 좋은 작가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완벽한 균형을 찾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펭귄드럼이 풀어내는 꿈들은 이 때문에 오히려 더욱 강해집니다. 펭귄드럼이 펼치는 꿈은 그야말로 질보다는 양과 비논리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꿈들입니다. 우테나처럼 질서정연한 조각 같은 꿈이라긴 보다는 괴상하게 흐트러져 불쾌하지만 기묘한 매력을 안겨주는 불균질한 꿈인거죠. 거기에 [은하철도의 밤] 같은 일본 애들 특유의 동화적이고 시적인 슬픔과 아련함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쿠하라 쿠니히코가 이를 위해 동원하는 장치들은 인상적입니다. [은하철도의 밤]의 모티브를 따온 동화적인 분위기와 그 뒤에 숨겨진 금기들이 겹처 만들어내는 잔혹동화적 무드, 부셔저 흩날리는 어린이 브로일러의 조각들, 애니메이션에서만 가능한 과장된 움직임 (생존전략 시퀀스가 그렇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과 액팅, 뜨악하고 캠피한 막장 유머, 픽토그램으로 단순화된 무채색의 엑스트라들과 그와 대비되는 호시노 릴리와 캐릭터 디자이너 니시이 테루미가 제공하는 쁘띠하면서도 탐미적인 캐릭터 작화, 원색과 무채색이 기묘하게 배합된 색채 디자인, 꽉 짜여진 초현실적인 미장센, 다재다능한 편집 기법과 이미지 배치, 얀 띠에르상(특히 [아멜리에] 사운드트랙에 영감을 받은 부분이 많습니다.)과 칸노 요코을 벤치마킹한게 분명하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주제를 제공해주는 하시모토 유카리(+일본 글램 록 밴드 ARB 커버) 의 음악 등... 개별 요소들도 훌륭하고 그걸 조합해내는 이쿠하라의 센스도 상당한 편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설명이 부족하고 개별 요소가 이상한 각본이라도 펭귄드럼의 각본은 나름 꿈과 시적 논리가 서게 도와주고 주제가 뭔지 알 수 있도록 캐릭터 설정이나 감정선 같은 요소들이 교통정리가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적어도 뭔소리인지 모르고 막 씨부리며 '이건 시란다, 시 발싸! 켈켈켈' 거리는 애니는 아니에요. 그래서 생각보다 그 환상들이 조잡하거나 민망하진 않습니다. 대신 초반엔 환상의 패턴이 다소 단순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뭐 초반의 링고가 그만큼 단순했다는 반증으로 볼수도 있겠지만요.

펭귄드럼이 뭘 말하고 싶은가는 의외로 단순한 편입니다. 바로 1화에도 못박듯이 사랑 이야기죠. 하지만 펭귄드럼은 단순한 '남녀의 사랑'에서 벗어난 박애 이야기입니다. 사랑이 없어지고 인도하는 가치관이 없어지고 증오와 테러리즘, 광기가 난무하고 과거에 망령에 사로잡힌 21세기에서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랑'을 찾아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죠. 링고가 일기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던가, 막판에 밝혀지는 핑드럼의 정체도 그렇습니다. 이 점에서 펭귄드럼은 [하이바네 연맹]이라던가 무라카미 하루키나 미야자와 켄지같은 일본 '환상' 문학의 전통과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저 둘은 이 애니의 주제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메세지가 단순강렬한 편이기 때문에 꿈의 힘이 조금 반감되는 효과도 있지만 (주제 묘사도 조금 손해보는 면도 있습니다.) 대신 이 메세지가 굉장히 강한 정서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지라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주역 성우진들은 그냥 그렇습니다. 칸바 역의 키무라 스바루는 연기 자체는 그냥저냥인데 억양이 너무 강해서 깎이는 것 같고 (본토에선 놀림거리...), 히마리 역의 아라카와 미호는 확실히 어색해요. 묘하게 캐릭터하고 맞아떨어져 귀엽긴 합니다만. 주역 중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쇼마 역의 키무라 료헤이와 링고 역의 미야케 마리에입니다. 그 중 경력이 있어 안정적인 연기를 들려주는 키무라 료헤이보다는 단역을 전전하다 이번에 발탁된 미야케 마리에가 가장 인상깊습니다. 얄밉고 짜증나는 캐릭터에서 극적으로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캐릭터로 변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고 할까요. 심지어 1인 2역도 꽤 능숙하게 소화해냈습니다. 물론 녹음 테크닉이 좀 동원됬겠지만...

오히려 조역들이 뽕을 잘 뽑은 편입니다. 타부키 역의 이시다 아키라가 들려주는 부드러움 뒤에 감춘 광기는 이 성우가 역시 찐득한 광기 연기엔 탁월하다는 걸 느끼게 하고, 유리 역의 노토 마미코 역시 좋은 앙상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래는 좀 깼지만 일부러 그렇게 한 것 같으니...) 그리고 마사코 역의 호리에 유이는 커리어 사상 가장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줍니다. 평소 쓰는 톤하곤 다른데다 엄청나게 망가지는 연기인데 상당히 노련하게 그걸 통제하고 있습니다. 한때 연기 못했다고 까였던 걸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죠. 이쿠하라가 쉬고 있던 사이 데뷔했던 성우들이 캐스팅 되어 이쿠하라 극 연기를 들려주는 재미와 우테나 주역들의 카메오를 찾는 재미도 있습니다. 특히 토요사키 아키와 박로미, (위에도 적었지만) 호리에 유이는 꽤나 깨는 캐스팅였는데 의외로 극에 잘 녹아들더라고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쿠하라는 말하고 싶은 주제를 생각하고 그 다음 이미지를 맞춰가면서 이야기를 만든 것 같습니다. 적당히 자신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이 주제와 말이 되게 연결한 느낌이랄까요. 적어도 펭귄드럼을 통해 뭔가 이치에 맞거나 논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려는 강박관념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주어진 예산 내에서 즐겁게 장면을 만들고 사람들과 다양한 피드백을 하면서 이야기를 꾸려나간것 같습니다. 작업 현장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쿠하라 자신은 재미있게 만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펭귄드럼은 2010년대에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상당히 불친절한 애니에요. 명확한 논리가 완전히 파괴된 채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이미지들과 미스테리들, 동성애나 근친, 스토킹 같은 금기 파괴를 받아들이는건 꽤 힘든 일이며 우테나가 추구한 차근차근하게 쌓아가며 만들어진 카오스와 구성미, 주제를 사랑했더라면 펭귄드럼의 (의도한건지 아닌지 잘 모를) 불균질한 카오스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우테나 팬들 사이에선 꽤나 까이는 편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마치 [올드보이]나 [복수는 나의 것]을 기대하고 보러갔다가 [박쥐]를 보고 나온 관객들 같은 심정일것이니.

하지만 펭귄드럼이 선사하는 꿈들과 이미지의 향연들은 신보 아키유키나 콘 사토시하고는 완전히 다른 테이스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쉽사리 무시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이쿠하라가 연극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곤 했지만 펭귄드럼은 연극이라긴 보다는 영상이 할 수 있는 특색을 잘 알고 있는 애니입니다. 이쿠하라 쿠니히코의 모든 매력을 드러내기엔 다소 투박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는 애니라 생각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전 이 애니를 2011년의 일본 TV 아니메를 뽑아줄 용의가 있습니다.  2011년 일본 TVA계에서 불었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열풍 중에서 가장 '이단적'이고 '문제적'인 애니라 할만합니다.

P.S.1 이쿠하라 쿠니히코가 데이빗 린치와 작업하고 싶어했다는 인터뷰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펭귄드럼은 상당히 '데이빗 린치'스러운 애니거든요. 데이빗 린치보다는 훨씬 명확한 편이지만.

P.S.2 요새 우테나를 보고 있습니다. 근데 초반만 봐도 확실히 펭귄드럼하고 비교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살짝 추가해놨습니다. 리뷰 쓸 것 같지만 여기엔 안 올릴듯 합니다. 이 리뷰를 여기에 올리는 것은 펭귄드럼 감상글을 연재하는 것을 마무리 짓는 글이기 때문이여서... 참고로 새벽에 삘받아서 막 써서 글이 난잡합니다. 지적 허영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 블로그에 올라가는 글은 아마 더 다듬어지고 늦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볼 사람도 없겠지만.


[모노노케]로 유명한 나카무라 켄지가 감독하고 [독수리 오형제]로 유명한 타츠노코 프로덕션이 제작해 일본 후지TV 노이타미나 시간대에서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C]는 기본 설정과 도입부으로 보자면 이능력 배틀물, 특히 보이 미츠 걸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던 평범한 10-20대 남자 주인공이 어느날 비일상으로 도배된 세계에 초대되어 비일상을 대표하는 히로인을 만나 배틀물를 벌인다는 도입부 말이죠.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서 정립되어 수없이 반복되어온 클리쉐입니다. 심지어 어셋이라는 소환수라는 존재와 그것을 받치고 있는 설정은 노골적으로 죠죠가 세웠던 스탠드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주인의 특성을 반영한 소환수라는 점이 그렇죠.

여기까지 하면 그냥 흔한 능배물처럼 보이겠지만, [C]는 '경제' 능배물입니다. 이런 거 상상해본 적 있으십니까. 그나마 프로덕션 IG가 만들어 같은 시간대에 방영한 [동쪽의 에덴]-이것도 사실 능배물입니다. 능배물의 요소가 거의 해체되고 히치콕 풍(특히 [북북서로로 진로를 돌려라]) '오인된 남자를 중심으로 한 서스펜스'가 덧붙여져 뼈대만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지만...-이 비슷하다면 비슷하겠지만, 그것으로도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C]는 [동쪽의 에덴]보다 훨씬 자신의 장르인 능배물에 충실한 애니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금융가를 지탱하는 논리는 의외로 현실 경제 논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종종 노골적으로 현실 경제의 논리가 드러나 은유의 힘이 약해지는 부분도 있고, 직관적인 설득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전반전으로 실제 경제에서 일어날법한 사건들과 여파들을 제대로 포착해 장르적 도구로 잘 풀어내고 있어요. 애니는 경제와 자본주의의 본질인 '돈'을 놓고 돌아가는 경쟁을 능력자 배틀로 은유하기도 하고, 그 경쟁의 결과가 현실, 나아가 미래에 미치는 여파와 과정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며, 그것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자본과 경제를 다룬 심도 있게 다룬 걸작들에 미치진 못하지만 (이 분야의 무시무시한 걸작인 [데어 윌 비 블러드]와 비교해보시면 쉽게 감이 잡히실겁니다.) 적어도 경제에 대해 겉햛기로 아는 척하고 넘기는 애니는 아닙니다. 

전 이 애니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C]의 세계는 철저히 음모론과 느와르의 가치관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세상을 진짜로 움직이는 세력이 따로 있으며, 그 세력이 거주하는 세계, 금융가는 (필름 느와르에 자주 등장하는) 암흑가처럼 그리 깨끗하다고 할 수 없는 방법과 자기만의 논리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 세계의 상위층인 무쿠도리 길드 (미쿠니 일당들)의 묘사도 재미있어집니다. 이들은 약간의 신비주의가 첨가된 거대 갱스터라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인지 본격적으로 이들이 움직이는 후반부는 거의 오션스 일레븐 같은 케이퍼 물처럼 흘러갑니다.


이런 독특한 요소들 때문에 [C]는 보통 이능력 배틀물과 많이 다릅니다. [드래곤볼]이나 [원피스], [죠죠의 기묘한 모험], [어떤 마법의 금서목록]을 생각해보십시오. 분명히 제거되야 할 악이 존재하고, 거기에 맞서는 주인공들은 생기가 넘치지 않았습니까. [C]는 선악이 모호한 애니입니다. 또한 생기가 없고 우울한 애니이기도 해요. 매력적인 어셋 히로인 마슈가 그에 맞서 생기를 채워넣긴 하지만, 후반부에 가면 그것도 확 죽어버립니다.

물론 배틀물이니 분명한 라이벌-대결 구조가 있긴 합니다. 오프닝 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요가 키미마로의 대척점에 서 있는 미쿠니 소이치로가 그 대결 구도에 서 있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미쿠니는 다수에게 피해를 저지르는 선택을 하는 '악역' 포지션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꽤나 열심히 일하는 자본가이며, 나름 논리가 있는 속이 깊은 캐릭터입니다. 요가 키미마로 역시 전형적인 능배물의 주인공하고 거리가 멉니다. 일단 현실의 무게가 상당한 캐릭터이며, 에너지 역시 그리 넘치지 않습니다. 종종 찌질하다 싶을 정도로 우유부단하지만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 막판에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캐릭터죠. 다행히 이 찌질함은 대책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런 생기없음과 우울함은 종종 호러로 방향을 틀기도 합니다. 그것도 [영혼의 카니발]이나 데이빗 린치, 쿠로사와 키요시 같은, 인간 존재의 허약함을 공격하는 쪽입니다. 물리 법칙과 시공간을 무시하는 초월적인 존재 마사카키와 기본적인 설정 하나가 그 공격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그 공격은 위의 경제라는 소재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거대한 힘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공포심이라고 할까요. 이를 위해 동원하는 나카무라 켄지 감독의 테크닉도 정확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불쾌한 이미지와 (특히 ([시귀]의 시귀처럼) 눈자위가 모두 검은 색으로 덮혀버려 날뛰는 폭주 오로루나 순수함과 잔혹함을 모두 지닌 Q, 일부 어셋의 흉측함은 꽤나 강렬합니다.) 리듬감을 인상적으로 배합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본격적인 파국이 진행되는 후반부는 케이퍼 물과 코즈믹 호러의 기묘한 혼합처럼 보입니다.

[TIGER & BUNNY] 감독인 사토 케이이치가 제공한 붉은 톤의 금융가의 비주얼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특촬물 특유의 강렬한 보색 대비와 미국 히어로 코믹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불야성의 대도시, 그로테스크한 초현실주의의 이미지를 빌려와 표현된 금융가는 작 중 현실 세계의 무채색하고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mebae의 적당히 모에 그림을 따르는 것 같지만 은근히 광기 넘치는 캐릭터 디자인과 각인각색의 스태프 (여기엔 [라제폰] 감독이자 뉴 건담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즈부치 유타카도 있습니다.)가 참여한 소환수 어셋들의 디자인도 충분히 매력적이고요. 불협화음, 기이한 멜로디를 장중한 스케일의 오케스트라로 표현한 이와사키 타쿠의 음악도 좋습니다.

성우 연기는 기본적으로 다들 역에 맞는 기능적이고 안정된 연기를 펼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질주하는 성우가 바로 마사카키 역의 사쿠라이 타카히로입니다. 그는 유들유들하고 과장된 어릿광대같은 목소리로 여러 사람을 농락하고 여기저기 막 뛰어다녀서 헛웃음을 짓게 만들다가 슬쩍 광기를 표출해 사람을 으슬으슬하게 만듭니다. 당연히 이 애니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마사카키입니다. 그 다음은 나긋나긋하게 속삭이는 톤으로 광기를 표현한 Q 역의 고토 사오리고요.


불행히도 [C]는 훌륭한 재료와 그걸 잘 살려낸 연출에 비해 최종적인 합은 약한 편입니다. 우선 이야기 전개에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입니다. 전반적인 템포는 좋은 편이지만, 그 템포를 위해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간신히 11화라는 사이즈에 우겨넣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파면 흥미로웠던 지점을 헐레벌떡 전개하느라 지나치기도 합니다. 정보상 타케타자키 시게오미가 가장 큰 피해자인데 굉장히 재미있는 캐릭터가 될 뻔했는데 그냥 독특한 철학을 가진 전개용 캐릭터가 되버렸습니다. 이야기의 가장 큰 축인 센노자 코우도 급하게 자신의 사상을 던져놓고 가버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막화에 가면 중요한 부분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전반적으로 미리 정해진 한계 속에서 목표에 무리하게 도달하려고 하다가 파편화되버렸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럼에도 결말은 괜찮은 편입니다. 어찌보면 '주인공이 운명론적으로 현실의 무게를 인정해버리는' 필름 느와르스러운 결말인데, 꽤 논리적이기도 하고 (다만 그 논리를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고 봅니다.) 적어도 '경제 따윈 상관없어! 내가 생각하는 세계가 유토피아야!' 혹은 '이딴 더러운 세계는 없어져야 해...' 따위의 찌질하고 허접한 주장을 하는 결론은 아닙니다. 거기다가 서브 플롯으로 진행되었던 로맨스에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비장하면서도 로맨틱한 결말이기도 해요.

아무리 봐도 [C]는 11화에 담아낼 내용이 아니였습니다. 차라리 [프랙탈]을 버리고 이 작품에 좀 더 투자했어야 되지 않았을까요. 물론 지금 부서진 모습도 나쁘지 않고,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P.S. [TIGER & BUNNY]와 같이 보시면 이 애니의 금융가와 타이거 앤 버니의 배경인 슈테른빌트가 꽤나 겹쳐보이실겁니다. 실제로 나카무라 켄지는 사토 케이이치 감독의 [카라스]의 1화 콘티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카라스 1화를 보면서 호러 테이스트가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실 안 뒤에 납득했습니다.
P.S.2 아무리봐도 현 노이타미나는 전통적인 드라마 계열 애니외 SF/판타지 계열 애니을 분리해서 제작하는 것 같습니다.
P.S.3 애니플러스에서 정식 감상이 가능합니다. 



노이타미나에서 방영하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모른다]는 그렇게 종영되었지만 (깔끔하게 끝났지만 전반적으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감정선을 좀 자연스럽게 했으면 좀 더 좋은 애니가 됬을건데. 그래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이 곡을 남겨놓고 갔습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요새 무섭게 푸시받는 일본 소니 뮤직 소속 일본의 록밴드인데, 저번 애니-크게 휘두르며 2기-타이업 싱글이였던 夏空도 스트레이트한 로큰롤을 선보여 좋았지만 이 곡은 그 곡보다 더 좋습니다. 사운드의 촉을 다각도로 확장하면서도 쌉싸름한 감수성을 잘 담아냈습니다.

사실 새로운 건 아닙니다. 분카이 로크의 선배들인 쿠루리나 미스치루, 서니 데이 서비스를 들먹이라면 충분히 들먹일수 있습니다. 전자음 쓰는게 쿠루리 짭스럽다고 깔 수도 있습니다. 허나 이키모노가카리나 이런 소박한 미덕을 가진 밴드들'도' 오리콘 차트를 노릴 수 있는 풍토는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나보다 젊은 애들이 말이지, 재능도 있는데다 오리콘 차트도 노리고 말이지 나는 뭐하는거지 ㅠㅠ 
한동안 애니를 보고 있지 않다가 요새 갑자기 취향 직격의 애니가 4개나 걸려서 다시 애니를 보게 됬습니다.

사실 일본 애니의 한계라고 할까, 그런 점들에 질려서 점점 애니를 보지 않게 됬는데 이번 분기의 애니들은 그런 한계들을 벗어나려는 흥미로운 시도를 많이 보여서 흥미를 가지게 됬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불타게 한 건 2007년 2분기 이후론 처음이네요.

1. 그날 본 꽃의 이름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노이타미나 시간대는 항상 주목의 대상이였는데, 이번분기도 노이타미나 시간대의 애니를 둘 다 보게 되었습니다. 줄여서 아노하나라고도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이야기 자체는 사실 그렇게 새로운 편은 아닙니다. 죽은 옛 친구(여자)가 돌아와서 주인공에게 소원을 이뤄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되는 드라마입니다. 누군가 돌아옴으로 인해 변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많이 써먹었죠. 아노하나의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이 애니의 강점은 덧없는 청춘과 상처 속에 해메는 아이들를 다루는 섬세한 터치와 씁쓸한 감수성에 있습니다. [허니와 클로버]를 좋아하신다면 이 애니도 괜찮으실겁니다.

솔직히 오카다 마리의 각본은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지만 (DTB 2기 생각하면 혈압이...) 아노하나에겐 기대를 걸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2. C

노이타미나 시간대의 또다른 애니입니다. 섬세한 터치의 드라마인 아노하나와 달리 C는 경제와 돈을 소재로 한 어두운 판타지입니다. (아노하나가 노이타미나 2부에 배치된 이유는 C를 보고 충격과 공포를 느낀 뒤에 아노하나로 정화하라는 프로듀서의 판단일듯;) 세상 뒤에 있는 금융가라는 돈을 바탕으로 배틀이 이뤄지는 이세계가 있으며, 이 이세계가 현실에 미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애니의 매력은 경제의 흐름을 능력자 배틀물이라는 소재라는 조합에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왠지 중2병이 돋을것 같지만 그 조합은 전혀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쿠로사와 키요시나 코즈믹 호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귀기마저 느껴집니다. 물론 조합 자체도 잘 한 편인데, 경제를 알고 보면 이 애니의 배틀 흐름과 법칙이 현실의 그것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겁니다.

다만 떡밥 위주로 전개를 하는지라 차후 전개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같은 감독의 [공중그네]에 실망한 사람이라면 이번 거에 기대를 걸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TIGER & BUNNY

사실 이번 분기에서 제가 가장 빨고 있는 애니가 바로 이 애니입니다. 가상의 도시에서 히어로 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는 히어로의 고뇌라는 소재는 [왓치맨]를 비롯한 미국 만화에서 많이 다룬 소재입니다만, 타이거 앤 버니는 정직하게 그 소재와 이야기,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정면 돌파합니다. 정말 요새 보기 힘든 스타일이죠. 그런데 그 정면 돌파가 상당히 먹힙니다. 아마 지금 보고 있는 애니 중에서 캐릭터의 변화와 드라마의 전개가 상당히 유기적으로 구성된 애니일겁니다.

무엇보다 제가 지금 보고 있는 애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이 애니에 나옵니다. 코테츠 아저씨 다이스키! (일빠풍)

비록 전반적으로 양삘이 나긴 하지만, 양삘을 도저히 소화 못하겠다는 일빠 제외하시면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활극입니다. 안 그래도 판매량에서 굉장히 선전하고 있다고 알고 있더라고요. 히어로맨, 팬티 스타킹 위드 가터벨트, 매드하우스-마블 프로젝트 등 양삘+일본 애니 조합이 모조리 실패했는데 (그나마 팬스가가 평이 좋은 편...)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건지 기대가 큽니다.

참고로 이 애니 감독이 C 컨셉 디자이너여서 그런지 C를 본 뒤 타이거 앤 버니를 보시면 (C의) 금융가와 (타이거 앤 버니)의 슈테른빌트 시가 겹쳐보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

4. 부르잖아요, 아자젤 씨

위의 세 애니 모두 오리지널인데 이거만 유일하게 원작이 있는 애니입니다. 원작 만화책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빵 터진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화장실 유머 (...) 류 라서 집에 들어놓기엔 참 민망했는데 이렇게나마 애니화가 되면서 접하게 됬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악마술사 탐정과 그에게 휘둘리는 여조수, 사역마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 과연... 진짜 웃깁니다. 감독이 하레구우 애니판 감독인데 이 사람은 진짜 개그에는 천부적인 센스가 있는 것 같아요. 화장실 개그라지만 원작자의 센스(+그리고 그걸 영상으로 이식한 감독의 센스) 진짜 재미있는데다 은근히 현실 풍자적이여서 지저분하지 않고 오히려 산뜻한 느낌입니다. 정말 원작을 제대로 재현할줄 아는 이상적인 제작진을 만난 셈인데, 제작사가 프로덕션 IG (...)여서 쓸때없이 고퀄입니다. 부왘!

다만 아쉽다면 15분 편성이라 짧다는 느낌? 그래서 매주 기다려 보기 보다는 밀어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은혼의 아저씨 개그를 좋아하셨다면 이 만화+애니도 좋아하실겁니다.



일본에서 중요한 뮤지션 몇몇을 꼽으라면 그 중 반드시 뽑히는 사람 중 하나가 야마시타 타츠로입니다. 이 사람이 음악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슈가 베이브는 오누키 타에코라는 후일 이름을 날리는 걸출한 뮤지션이 멤버로 있었고 호소노 패밀리 멤버이자 호소노 하루오미(정말 무써운 할배에요...)의 라이벌이였던 오오타키 에이치의 지지를 받은, 나름 유망주였던 밴드이였는데, 워낙 밴드 멤버들의 개성이 강했는지 그렇게 오래가지 못하고 앨범 한 장 ([SONGS])만 남기고 제갈길을 갔습니다. 'DOWN TOWN'은 그 앨범의 대표곡이라 할 만한 곡입니다.

무척이나 상쾌한 곡입니다. 야마시타 타츠로는 후일 노던 소울과 AOR, 웨스트코스트 계열 선샤인 팝 (영향 받은 뮤지션 중에 비치 보이스가 있습니다)의 영향 아래에서 굉장한 걸작들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건 제가 타츠로 아니키의 솔로작을 듣고 나서 이야기해보죠. (그 외 타츠로의 음악적 선배였던 오오타키 에이치 이야기도 해야 하나 이것도 하려면 무척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스킵.) 보컬들의 풍부한 하모니와 휭키한 베이스, 패기넘치는 멜로디가 박자가 딱딱 떨어지는, 타츠로의 걸작들이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잘 알려주는 상큼한 트랙입니다. 그냥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요새 오덕들은 타츠로라는 이름을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오프닝 테마 곡와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비가 깊은 밤을 지나 눈으로 바뀔 때쯤 당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려는 거 아냐?" "너 어느 시대 사람이냐?" - 야마시타 타츠로의 '크리스마스 이브' 가사를 이용한 드립.), 썸머 워즈 (주제가. 한국에서는 모 오덕에게 듣보잡으로 존내 까였습니다. 지못미...)때문에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는 사카모토 마아야가 부른 그래마을 오프닝 테마 곡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전 마아야 양을 무척 아낍니다. 이상형 중 하나이기도 한데다 최근에 물오른 연기도 좋아하기도 하지만, 칸노 요코와 작업한 곡들은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와 굉장한 시너지를 냈다고 생각하거든요. 적어도 성우 겸 가수 중에서는 가장 발군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곡을 듣고 이 커버 버전이 참...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아야 양 잘못은 아니에요. 목소리의 컬러링도 이 곡을 소화하기에 적합하고 실제로도 나름 곡을 자기 식으로 풀어내려고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편곡이 너무 방정맞습니다. 느긋하게 밀고 당기는 맛 없이 그루브를 과대해석해 촐싹촐싹 마구 뛰어다니고 있는데다 오케스트라나 신스도 오버 프로듀싱의 기미가 느껴집니다. 너무 꽉 채워서 오히려 원곡의 매력을 일부 날려먹은 케이스라고 할까요. 하긴 원래대로 편곡했다면 심심한데다, 우메츠 야스오미가 제공한 방정맞은 오프닝 영상과도 어울리지 않았겠죠. 그러니 샤프트가 악의 근원. 난 정말 신보 아키유키와 쿠메타 코지가 싫음요.

차라리 양면 사이드로 들어간 아라이 유미 커버 (타마유라 오프닝)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좀 돋는 신스 도입부만 제외하면 원곡의 우아함을 자기 색으로 확실히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는 느낌이거든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본 음악계는 적어도 과거와 현재가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보다 과거 6-80's 명반 구하기도 쉽고, 이번 마아야 양의 커버 싱글도 오리콘 데일리 4위에 올랐더라고요. 부럽습니다. 으으.

버틸수가 없다!


약간 미묘한 템포 문제 제외하곤 (2화에서 더 두드러지더라고요. 분량을 어떻게 채워넣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미스인듯 싶습니다.) 정말 25분 동안 자지러지면서 봤네요.

2/4분기 다다미와 더불어 간만에 계속 보고 싶은 애니가 나왔습니다.
*경고. 뒤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소리 낮춘 뒤에 재생을 누르시오.




여러분 가이낙스는 톱을 노려라! 때부터 그런 놈들였습니다.
"나으 가이낙스는 이렇지 않아!"라고 점잔 떨지 말고 이 막장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기대나 합시다.

아 정말 이렇게 나오면 기대할 수 밖에 없잖아!
지금 가장 BD로 보고 싶은 작품을 꼽으라면...

칠드런 오브 멘이라던가
파프리카라던가
펀치 드렁크 러브라던가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라던가가 있지만....






지금은 이게 보고 싶습니다.



타무라 시게루의 '은하의 물고기'.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환상적인 세계에 사는 노인과 소년이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면서 환상적인 현상들을 목격하고 물고기의 폭주를 막는다는 내용입니다. 길이도 20분 정도로 짧습니다.

하지만 이 애니의 잔향은 정말 깊고 넓습니다. 우키요에와 유럽 아트 코믹에서 느낄 수 있었던 굵고 단순한 그림체와 HD와 CG이라는 첨단 기술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 있는 차가움이라는 상반된 도구를 가지고 동화적인 (살짝 스팀펑크 풍의) 판타지와 덧없는 순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모노노아와레라고 하나요? 이걸?)을 풀어내는게 인상적인 애니입니다. 무엇보다 색감이 잊혀지지 않는군요.

HD라는 점이 그렇듯이 이 애니는 세계 최초의 HD 애니메이션입니다. DVD도 1993년이라는 연식을 생각해봤을때 상당히 잘 나온 편이고요. (무엇보다 5.1채널이 지원됩니다!) 국내판 DVD로 봤을때도 일종의 오르가즘을 느꼈는데, 아 이걸 720p 해상도에 돌비 HD 마스터 5.1채널로 보면 얼마나 염통이 쫄깃할까요!

그래서 전 이 애니의 블루레이 버전이 보고 싶다... 이 얘기였습니다. 소니 빨랑 내라

P.S. 타무라 시게루가 요새 뭐하고 지내나 싶었는데, 일러스트와 동화책 가지고 먹고 살고 있더라고요. 원래 본업이 그 쪽이였으니... 그래도 OAB 하나 냅시다. 하나 살께요.
I'm Not There  2010/08/26 19:37
今敏
(1963-2010)

정말 좋아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S. 생전에 SICAF에서 만난적이 있었는데, 참 온화하면서도 멋진 분이였습니다.
유언도 읽어봤는데, 제 느낌이 맞을거라는 확신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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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ecdoche, Tatami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여러모로 곤 사토시 이후 등장한 일본 애니계의 스타일리스트이라 할 만한 인물이다. 갈수록 스타일과 내용에 대한 고민이 (누구는 샤프트를 들겠지만, 샤프트의 스타일 실험은 기만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없어지는 일본 애니계에서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귀중한 인재다. 작화 쪽 출신인 그는, 애니메이터로 활약하면서도 [네코지루소우] (캣 수프) 같은 아방가르드 애니메이션의 각본을 쓰기도 한, 한마디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하지만 매드하우스의 또다른 스타일리스트인 곤 사토시와 달리, 유아사 감독은 좀 더 B급적인 감수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처럼 그는 '나에겐 표현의 한계 따윈 없다'라는 태도로 섹스와 폭력, 말도 안되는 상상력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일본식 B급 스피릿이 2000년대 현대 일본 애니메이션에 정착한 케이스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유아사 마사아키의 이런 스타일들은 무라카미 타카시가 주창한 미술 화풍인
슈퍼 플랫하고도 연관이 있지 않나라는 추측을 해본다. 실제로 스튜디오 4도씨는 슈퍼 플랫 흐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이고, 유아사 감독이 스태프로 참여한 모리모토 코우지 (스튜디오 4도씨 중요인물로 거론된다.)도 슈퍼플랫 작가로 언급되니 증거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력의 시작이였던 [마인드 게임]도 그랬지만, TV애니메이션 첫 작품인 [케모노즈메]는 유아사 마사아키의 선언문이자 동시에 벽이기도 했다. 크리쳐 물과 유치한 코메디, 비극적인 고전풍 멜로 드라마를 섞는 장르 게임, 성-폭력에 관한 기발한 상상력, [루팡 3세]와 스즈키 세이준에서 이어져오는 괴상한 일본식 스타일리시와 스튜디오 4씨의 영향이 느껴지는 아방가르드 풍 작화 등이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였다. 이처럼 표현면에서는 이미 완성되었지만, 그와 별개로 스토리나 캐릭터에는 다소 난점을 보였다. 분명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조형에도 자질이 있었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고 할까. [카이바]도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이타미나 시간대에 방영된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는 [마인드 게임]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다만 [마인드 게임]이 끓어넘치는 상상력만을 마구 쏟아부은 작품이라면, 다다미는 좀 더 통제하는 인상이 강한 작품이다.

모리미 토시히코가 쓴 원작에 대해서 읽지는 못했지만, 2008년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기본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나’는 대학교 2학년이지만, 별로 이뤄놓은 것도 없이 하루하루를 잉여롭게 보내고 있다. 이 잉여로운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은 루프물 (원작은 분기물)의 길에 들어선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일상의 가치와 선택'에 대한 것이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지금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다른 선택을 하기를 바라지만, 실은 기회는 항상 자신의 눈 앞에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모두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는 걸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원작 소설은 이를 분기 형식으로 풀어내, '삶의 선택'에 큰 비중을 두었다. (라고 추측해본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고 정보만 들었을 뿐인다.)

하지만 유아사 감독과 공동 각본을 맡은 우에다 마코토는 원작의 이야기를 뫼비우스의 띄 구조 (루프)로 풀어낸다. 원작과 달리 선택으로 발생되는 '반복과 차이'에 좀 더 비중을 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내용을 그저 단조롭게 반복하던 엔들리스 에이트와 달리, [다다미]의 반복은 다채롭기 그지 없다. 같은 구조를 반복하지만 홍상수 영화처럼 그 구조와 그 속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판이하게 변해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가 10화와 11화에선 이 구조를 부서트리고, 원작에 있었던 사변적 상상력(Speculative fiction)을 통해 원작의 주제와 훌륭하게 재현해낸다.

더 놀라운 것은 유아사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캐릭터 설계와 묘사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일취월장했다는 것이다. 잉여로운 생활을 인정못하는 주인공과 그것을 즐기는 오즈는 분명한 갈등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들을 둘러싼 캐릭터들 역시 흥미진진하다. 이들은 분명 원작의 설계도와 개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무척이나 유아사 감독스러운 필체로 재현되고 있다. 거기다가 어떤 애정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캐릭터를 죽였던 [케모노즈메]나 [카이바]와 달리, 캐릭터에 대해 감정 이입도 시도하고 있으며, 심지어 성공적이다. 따발총 쏘듯이 마구 쏘아대며 놀리는듯 하지만, 평행 우주와 반복 구조를 통해 캐릭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만드는 점은 꽤 참신하다.

여기서 아카시와 주인공의 관계을 중점적으로 보자. 아카시가 코히나타처럼 이상화된 여인이 아니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는 코히나타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는 분명한 캐릭터를 가진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묘사되는 아카시는 자기 삶을 이끌어나가는 평범한 여성이다. 그 점 때문에 주인공은 11화 내내 그녀를 마주하지 못한다. 그에게 그녀는 기회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겪는 모험은 헛된 환상보다 지금 있는 현실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리미 토시히코와 유사아 마사아키 감독은 지금까지 헛된 환상을 쫓으며 반복해왔던 '실패한'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가 단순한 훈계가 아닌 인생에 대한 한 편의 우화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복잡하게 뒤꼬인 사후 세계, 섹스를 하면 괴물로 변하는 여자와 괴물을 처단하는 비밀결사대 대원 간의 사랑, 토머스 핀천과 데즈카 오사무가 공동 각색한듯한 성인판 은하철도 999 같은 이야기들을 표현하던 유아사 감독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 작품은 다소 평범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유아사 마사아키의 거침없는 상상력은 여전하다. 누가 섹스돌을 연인으로 두고 젖가슴 클라이밍을 하는 나르시스트 영화 동아리 부장을 티비 애니에 등장시킬수 있을 것인가?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었던 상상력을 영상화하는 감각도 탁월하다. 특히 비밀 결사단, 홍와카, 다다미 평행우주에 빠진 주인공 같은 에피소드는 탁월하다. 이렇게 표현된 상상력들은 적절하게 시청자를 공격한다.

물론 이런 기발한 상상력의 진입 턱이 낮아졌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일본 록 밴드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 전속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나카무라 유스케의 공이 큰데, 유아사 감독과 코드가 일치하면서도 미형의 캐릭터 디자인이 진입벽을 많이 낮추었다. 이야기가 보편성을 띄고 있다는 점도 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성우 캐스팅과 배역도 좋다. 다들 보통 애니 같으면 할 수 없는 역들을 맡아서 열연하고 있는데 (미성으로 유명한 사카모토 마아야의 괴성, 스와베 준이치의 혼신의 힘을 다해 망가지는 변태 연기, 냉철한 누님 캐릭터로 유명한 카이다 유코의 술주정, 섹시 보이스로 유명한 후지와라 케이지의 고풍스러운 4차원 캐릭터, 리비도 폭발과 여성 연기를 용자왕 텐션으로 풀어내는 히야마 노부유키, 2배속으로 망상과 허세를 나레이션으로 마구 쏟아내는 아사누마 신타로...) 특히 오즈 역의 요시노 히로유키는 그의 연기 커리어 중 최고의 연기를 들려준다.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는 유아사 감독의 새로운 경지이자 최초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재능을 손상시키지도 않고,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이 스타일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P.S.1 유아사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이전 작품들에게 (특히 [카이바]) 쏟아지는 맹목적인 찬사는 좀 거북하다. 정말로 이해하고 보는건지, 아니면 그저 모에 애니메이션에 대한 반발 심리와 우월감으로 지지하는 건지 궁금하다. 전자라면 충분히 납득하겠지만, 후자라면 좀 곤란하다.

P.S.2 TVA 리뷰는 정말 간만이다. 그래서 결국 블로그 업뎃 장기 방치했다 (...)

giantroot: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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