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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11

선라이즈, 반다이 비주얼, 마이니치 방송. 총 25화x25분. 화면비 1.78:1

감독: 사토 케이이치さとうけいいち
시리즈 구성/각본: 니시다 마사후미西田征史
캐릭터 원안/히어로 디자인: 카츠라 마사카즈桂正和
캐릭터 디자인: 하야마 켄지羽山賢二/야마다 마사키山田正樹
메카 디자인: 안도 켄지安藤賢司
음향감독: 키무라 에리코木村絵理子
음악: 이케 요시히로池頼広

캐스트: 히라타 히로아키平田広明 (와일드 타이거 / 카부라기 T. 코테츠) 모리타 마사카즈 森田成一 (버나비 브룩스 Jr.) , 코토부키 미나코寿美菜子 (블루 로즈 / 카리나 라일), 오카모토 노부히코岡本信彦 (오리가미 사이클론 / 이반 카레린), 쿠스노키 타이텐楠大典 (록 바이슨 / 안토니오 로페즈), 이세 마리야伊瀬茉莉也 (드래곤 키드 / 황 파오링), 이노우에 고우井上剛 (스카이 하이/ 키스 굿맨), 츠다 켄지로津田健次郎 (파이어 엠블렘 / 네이선 시모어) 카이다 유코甲斐田裕子 (아니에스 쥬베르), 후쿠다 노부아키福田信昭 (앨버트 매버릭), 히다카 리나日高里菜 (카부라기 카에데)


[TIGER & BUNNY]는 요새 '보기 드문' 일본제 아니메이긴 하지만, 장르 전체 역사에서 보자면 흔해 빠진 축에 속합니다. 당장 가까운데서 찾아보자면 커머셜/셀레브레티 히어로라는 같은 소재를 공유하고 있는 [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같은 한국제 라이트 노벨도 있으며, 멀리 가면 마블이나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화두화시킨 [왓치맨], 2000년대 들어 헐리우드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현실의 무게에 고뇌하는 히어로물’-2000년대 들어서 진행된 [스파이더맨], [배트맨] 시리즈-, [인크레더블] (개인적으로 타앤버 ㅣ초인동맹보다는 이쪽하고 훨씬 가깝다고 생각합니다.)의 영역에 속해 있는 애니입니다. 이런 경우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가능성은 파지도 않는 작품들이 꽤 있는데 [TIGER & BUNNY]는 그런 몰상식한 작품은 아닙니다.

[TIGER & BUNNY]가 이 장르를 이용하는 방식은 정석적이지만 상당히 영리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장르 원형을 따르긴 하지만, 사토 케이이치 감독과 각본가 니시다 마사후미가 그려내는 주인공 히어로들은 평범한 회사원들입니다. 다소 셀러브레티 면모가 있는 회사원들이죠. 이 부분에서 타이거 앤 버니는 [오피스]나 [IT 크라우드] 같은 풍자적인 직장 코메디 장르를 끌어옵니다.

애니가 주로 코메디로 삼는 것은 커머셜 히어로와 거기에 관계된 업계인들의 캐리커처, 코테츠로 대표되는 그 나이 또래 아저씨들의 너절한 태도 (거기엔 오지랖과 다소간의 허세도 포함됩니다.), 버나비로 대표되는 뻣뻣할정도로 ‘히어로물 주인공’ 특유의 진지한 태도입니다. 이런 전략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각자의 장르에선 익숙한 이야기들이 다른 장르의 화법을 통하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화학 작용이 일어나게 된겁니다. [인크레더블] 수준까진 아니지만 히어로 장르에 대한 흥미로운 주석이라 할 부분도 존재합니다. 애초에 사토 케이이치 감독도 특촬물/히어로 덕후였고, [시티 헌터], [빅오], [얏타맨], [마징카이저], [슈퍼 레인저] 시리즈 같은 특촬물/히어로/액션 장르 애니들을 만든 사람이니깐요.
 

사토 케이이치와 각본가 니시다 마사후미가 이를 위해 동원하는 다양한 소품들과 슬랩스틱 코메디들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특히 2쿨 후반에 등장하는 코테츠의 커피 장면은 유머가 풍부한데다 서스펜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토 케이이치의 전작들이 한없이 무겁고 시리어스했던 걸 생각해보면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검은색 덕후를 가지고 개그를 치던 [빅오]가 있긴 하지만 직접 감독한 것은 아니니 제외합니다.)

하지만 타이거 앤 버니의 유머는 풍자적이긴 하지만 블랙 유머이거나 매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패기많고 날카로운 20대를 보내고 사회에 안착한 성숙한 30-40대 장르 예술가가 자신과 자신의 환경들을 관찰하고 훗훗하며 웃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애니는 코테츠처럼 허당이지만 성실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일과 가치관에 임하는 로맨틱한 이상주의자들에게 동정적인 편입니다. 이 애니의 악당들은 그 이상주의자들을 비웃는 사람들이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니시다 씨가 캐릭터 메이킹과 그것을 굴리는 과정, 써내려가는 대사가 상당히 능숙합니다. 우선 단순한 섹시 어필 캐릭터로 끝났을 법한 블루 로즈가 자신의 캐릭터에 불만을 표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상사와 계약 문제로 다투거나 찝쩍대는 오카마 캐릭터로 끝났을법한 파이어 엠블렘도 코믹 릴리프가 다소 과도하긴 하지만 꽤 유능한 경영인이자 조력자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성실한 어른으로 묘사됩니다. 아니에스도 단순한 훼방놓는 여성 상사 캐릭터를 넘어서 '자기 관리에 신경쓰는 프로 방송인'의 모습을 적지만 알차게 보여주고 있고요.
 

주인공 코테츠도 상당히 입체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단순히 오지랖이 넓고 고지식한 캐릭터 에서 머무르지 않고 오지랖이 깨알같은 코메디로 치환되기도 하고, 자신이 던진 오지랖이 역으로 돌아와 상처받고 고민하기도 하며 반대로 자신에게 닥친 문제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 있지만 남들을 위해 애써 숨기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코테츠가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이 진리인줄 알며 턱에 힘만 주는데도 다들 어맛! 멋져! 하고 따르는 평면적이고 재수 없는 돌대가리 꼰대 캐릭터가 아니라 유머 감각이 있으며 나이스한 인물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점이 코테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높이고 있거든요. 게다가 그에 대해 별로 알리바이를 주지 않고,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여러 고난에 빠트리는 각본의 태도도 그 나이스함을 배가하고 있습니다.

담당 성우인 히라타 히로아키도 그 점에서 꽤 좋은 캐스팅입니다. 그 나이대에 있을법한 아저씨의 모습과 허세, 고민을 잡아내 그 속에 슬랩스틱 코메디부터 진지함 모두 담아내고 있거든요. 연기할 건덕지가 많은 캐릭터라 녹음하면서 굉장히 즐기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다른 주인공인 버나비는 덜 재미있습니다. 사실 얘는 무척이나 정통적인 ‘히어로물 주인공’ 타입의 캐릭터거든요. 하지만 이 캐릭터의 고민은 상당한 당위성과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그 점에서 코테츠의 좋은 상대이기도 합니다. 코메디 상대역으로도 좋고요. 특히 각본이 저 ‘히어로물 주인공’이 으레 보이는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코메디를 만드는 부분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유명한 ‘네놈 반격인가!’는 정말 진지하지만 빵 터지는 부분이죠.) 모리타 마사카즈는 이 역을 맡을 수 있었던 또래 다른 남자 성우들보다 딱히 특출나게 잘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캐릭터를 잘못 해석해 뻣뻣하게 캐릭터와 겉돌거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무게를 허세로 추락시키거나 반대로 너무 무겁게 만들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늙다리’ 스러운 캐스팅이 돋보이는 애니인데, 다들 연륜답게 안정적으로 극의 연기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사이사이에 배치된 신인들도 기능적으로 알맞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요. 성우 간의 화학 작용도 좋습니다. 아마 이런 훌륭한 앙상블 연기는 작년 가장 인상적인 성우 연기를 들려줬던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의 음향감독의 공이 클 것입니다. 물론 장르 특성상 코테츠를 제외하면 주인공 일행보다는 악역 쪽이 훨씬 인상적인 연기들을 들려주긴 합니다.

배경이 되는 슈테른빌트도 재미있는 곳입니다. 빅오의 패러다임 시티처럼 구식 미국 아니메의 모노톤의 묵직함과 전작 [카라스]와 [C]의 불야성의 대도시,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다양한 인종들과 사람들 묘사, 축음기나 [메트로폴리스] 같은 구식 SF의 향취와 스마트폰이나 화상통화 같은 현실 세계에 깊숙히 침투한 문명의 이기들이 공존하는 슈테른빌트 시의 묘사 는 매력적입니다.


아무래도 히어로물인지라 액션 액팅을 이야기해야 될 듯 합니다. 기본적으로 타이거 앤 버니의 액션은 서로 치고 받는 타격감과 무게감, 땀냄새를 강조하는 편입니다. (굿 럭 모드 연출만 봐도 알 수 있죠.) 전작 [카라스]에서 보았던 카라스장갑이 만들어내는 육중한 느낌과 타격, 그것과 대조되는 빠른 속도와 합이 만들어내는 장중한 느낌의 액션 연출에서 속도의 비중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예외라면 버나비 VS. 루나틱과 25화 막판 액션인데 이 장면들은 상당히 속도감이 있습니다. 스카이 하이도 예외에 속하는데 이 캐릭터도 상당히 빠른 액션을 선보입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심심하다 할 수 있는 액션 연출으로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무와 액션의 합을 자세히 뜯어보면 상당히 리드미컬하게 잘 짜여져 있으며, 이를 통해 꽤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13화 연막 작전, 16화 시스 전의 처절하게 퍽퍽 치고 받는 부분이라던가, 23화에서 버나비와 코테츠가 도개교에서 싸우는 부분, 25화 마지막 전투 씬은 아날로그 액션 특유의 육중함과 장중함이 배어 있습니다. 이런 느낌의 느릿하고 합의 리듬과 타격감을 중시하는 연출은 솔직히 요새 ‘아니메’ 액션 연출에서 보기 드문 연출이라 신기하기까지 해요. (*요새 아니메의 액션 연출들은 타격감 보다는 작화를 왜곡하면서까지 과장되고 현란한 액션 연출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심지어 아날로그 향취의 땀내나는 액션과 타격감을 아니메로 가장 잘 재현해내기로 유명한 제작사 본즈조차도 여러 가지 작화 기교를 이용해 양념을 뿌리고 있죠.) 다만 히어로 간의 연계 작전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는 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이야기 전개상 서로 연계할 기회가 적었던 게 큰 이유겠죠.

가끔 너무 정석적인 전개를 한다던가- 조금 더 영악하게 굴어도 괜찮지 않았나 싶네요.-능력자물 특유의 매력이 적다는 등 소소한 단점들 때문에 소위 괴물같은 걸작은 못되지만 [TIGER & BUNNY]는 요새 본 활극 활동사진 중에서는 최고급이라 할만합니다. 정말 이만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애니는 오래간만이여서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나 [그 날 본 꽃의 이름을... (아노하나)]도 이 경지까진 못 갔습니다.) 단점이 있더라도 전 관대하게 보고 싶습니다. 재기발랄하고 유머가 넘치고 아이디어도 잘 써먹는 장르 애니입니다.

P.S.1 리뷰 시스템을 바꿔봤습니다. 캐스트/크레딧을 추가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왠지 귀찮아서 다시 원래대로 복귀할것 같기도 하고 음 (...)
P.S.2 그런데 솔직히 좋은 애니라 생각하지만 이 엄청난 인기는 팬인 저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 
*경고. 뒤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소리 낮춘 뒤에 재생을 누르시오.




여러분 가이낙스는 톱을 노려라! 때부터 그런 놈들였습니다.
"나으 가이낙스는 이렇지 않아!"라고 점잔 떨지 말고 이 막장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기대나 합시다.

아 정말 이렇게 나오면 기대할 수 밖에 없잖아!

Synecdoche, Tatami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여러모로 곤 사토시 이후 등장한 일본 애니계의 스타일리스트이라 할 만한 인물이다. 갈수록 스타일과 내용에 대한 고민이 (누구는 샤프트를 들겠지만, 샤프트의 스타일 실험은 기만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없어지는 일본 애니계에서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귀중한 인재다. 작화 쪽 출신인 그는, 애니메이터로 활약하면서도 [네코지루소우] (캣 수프) 같은 아방가르드 애니메이션의 각본을 쓰기도 한, 한마디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하지만 매드하우스의 또다른 스타일리스트인 곤 사토시와 달리, 유아사 감독은 좀 더 B급적인 감수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처럼 그는 '나에겐 표현의 한계 따윈 없다'라는 태도로 섹스와 폭력, 말도 안되는 상상력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일본식 B급 스피릿이 2000년대 현대 일본 애니메이션에 정착한 케이스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유아사 마사아키의 이런 스타일들은 무라카미 타카시가 주창한 미술 화풍인
슈퍼 플랫하고도 연관이 있지 않나라는 추측을 해본다. 실제로 스튜디오 4도씨는 슈퍼 플랫 흐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이고, 유아사 감독이 스태프로 참여한 모리모토 코우지 (스튜디오 4도씨 중요인물로 거론된다.)도 슈퍼플랫 작가로 언급되니 증거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력의 시작이였던 [마인드 게임]도 그랬지만, TV애니메이션 첫 작품인 [케모노즈메]는 유아사 마사아키의 선언문이자 동시에 벽이기도 했다. 크리쳐 물과 유치한 코메디, 비극적인 고전풍 멜로 드라마를 섞는 장르 게임, 성-폭력에 관한 기발한 상상력, [루팡 3세]와 스즈키 세이준에서 이어져오는 괴상한 일본식 스타일리시와 스튜디오 4씨의 영향이 느껴지는 아방가르드 풍 작화 등이 무척 인상적인 작품이였다. 이처럼 표현면에서는 이미 완성되었지만, 그와 별개로 스토리나 캐릭터에는 다소 난점을 보였다. 분명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조형에도 자질이 있었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고 할까. [카이바]도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이타미나 시간대에 방영된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는 [마인드 게임]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다만 [마인드 게임]이 끓어넘치는 상상력만을 마구 쏟아부은 작품이라면, 다다미는 좀 더 통제하는 인상이 강한 작품이다.

모리미 토시히코가 쓴 원작에 대해서 읽지는 못했지만, 2008년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기본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나’는 대학교 2학년이지만, 별로 이뤄놓은 것도 없이 하루하루를 잉여롭게 보내고 있다. 이 잉여로운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은 루프물 (원작은 분기물)의 길에 들어선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일상의 가치와 선택'에 대한 것이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지금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다른 선택을 하기를 바라지만, 실은 기회는 항상 자신의 눈 앞에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모두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는 걸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원작 소설은 이를 분기 형식으로 풀어내, '삶의 선택'에 큰 비중을 두었다. (라고 추측해본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고 정보만 들었을 뿐인다.)

하지만 유아사 감독과 공동 각본을 맡은 우에다 마코토는 원작의 이야기를 뫼비우스의 띄 구조 (루프)로 풀어낸다. 원작과 달리 선택으로 발생되는 '반복과 차이'에 좀 더 비중을 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내용을 그저 단조롭게 반복하던 엔들리스 에이트와 달리, [다다미]의 반복은 다채롭기 그지 없다. 같은 구조를 반복하지만 홍상수 영화처럼 그 구조와 그 속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판이하게 변해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가 10화와 11화에선 이 구조를 부서트리고, 원작에 있었던 사변적 상상력(Speculative fiction)을 통해 원작의 주제와 훌륭하게 재현해낸다.

더 놀라운 것은 유아사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캐릭터 설계와 묘사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일취월장했다는 것이다. 잉여로운 생활을 인정못하는 주인공과 그것을 즐기는 오즈는 분명한 갈등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들을 둘러싼 캐릭터들 역시 흥미진진하다. 이들은 분명 원작의 설계도와 개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무척이나 유아사 감독스러운 필체로 재현되고 있다. 거기다가 어떤 애정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캐릭터를 죽였던 [케모노즈메]나 [카이바]와 달리, 캐릭터에 대해 감정 이입도 시도하고 있으며, 심지어 성공적이다. 따발총 쏘듯이 마구 쏘아대며 놀리는듯 하지만, 평행 우주와 반복 구조를 통해 캐릭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만드는 점은 꽤 참신하다.

여기서 아카시와 주인공의 관계을 중점적으로 보자. 아카시가 코히나타처럼 이상화된 여인이 아니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는 코히나타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는 분명한 캐릭터를 가진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묘사되는 아카시는 자기 삶을 이끌어나가는 평범한 여성이다. 그 점 때문에 주인공은 11화 내내 그녀를 마주하지 못한다. 그에게 그녀는 기회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겪는 모험은 헛된 환상보다 지금 있는 현실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리미 토시히코와 유사아 마사아키 감독은 지금까지 헛된 환상을 쫓으며 반복해왔던 '실패한'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가 단순한 훈계가 아닌 인생에 대한 한 편의 우화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복잡하게 뒤꼬인 사후 세계, 섹스를 하면 괴물로 변하는 여자와 괴물을 처단하는 비밀결사대 대원 간의 사랑, 토머스 핀천과 데즈카 오사무가 공동 각색한듯한 성인판 은하철도 999 같은 이야기들을 표현하던 유아사 감독의 성향을 생각하면 이 작품은 다소 평범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유아사 마사아키의 거침없는 상상력은 여전하다. 누가 섹스돌을 연인으로 두고 젖가슴 클라이밍을 하는 나르시스트 영화 동아리 부장을 티비 애니에 등장시킬수 있을 것인가?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었던 상상력을 영상화하는 감각도 탁월하다. 특히 비밀 결사단, 홍와카, 다다미 평행우주에 빠진 주인공 같은 에피소드는 탁월하다. 이렇게 표현된 상상력들은 적절하게 시청자를 공격한다.

물론 이런 기발한 상상력의 진입 턱이 낮아졌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일본 록 밴드 아시안 쿵푸 제네레이션 전속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나카무라 유스케의 공이 큰데, 유아사 감독과 코드가 일치하면서도 미형의 캐릭터 디자인이 진입벽을 많이 낮추었다. 이야기가 보편성을 띄고 있다는 점도 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성우 캐스팅과 배역도 좋다. 다들 보통 애니 같으면 할 수 없는 역들을 맡아서 열연하고 있는데 (미성으로 유명한 사카모토 마아야의 괴성, 스와베 준이치의 혼신의 힘을 다해 망가지는 변태 연기, 냉철한 누님 캐릭터로 유명한 카이다 유코의 술주정, 섹시 보이스로 유명한 후지와라 케이지의 고풍스러운 4차원 캐릭터, 리비도 폭발과 여성 연기를 용자왕 텐션으로 풀어내는 히야마 노부유키, 2배속으로 망상과 허세를 나레이션으로 마구 쏟아내는 아사누마 신타로...) 특히 오즈 역의 요시노 히로유키는 그의 연기 커리어 중 최고의 연기를 들려준다.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는 유아사 감독의 새로운 경지이자 최초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재능을 손상시키지도 않고,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이 스타일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P.S.1 유아사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이전 작품들에게 (특히 [카이바]) 쏟아지는 맹목적인 찬사는 좀 거북하다. 정말로 이해하고 보는건지, 아니면 그저 모에 애니메이션에 대한 반발 심리와 우월감으로 지지하는 건지 궁금하다. 전자라면 충분히 납득하겠지만, 후자라면 좀 곤란하다.

P.S.2 TVA 리뷰는 정말 간만이다. 그래서 결국 블로그 업뎃 장기 방치했다 (...)

pixiv의 miringx2님의 작품입니다.




영상물이 좋은 밴드나 음악을 재발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THEATRE BROOK도 그렇습니다.

그 영상물은 바로 오덕 사이에 인기가 많은 [듀라라라!!]였습니다. 원작 라이트노벨까지 사올 정도로 이 애니에 푹 빠진 저희 형이 저한테 오프닝 테마 싱글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정보를 찾아봤더니, 이거 어딘가 낯익은 밴드 이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서 이 이름을 봤지? 라고 조금 생각을 해보니 아하, 일본 롤링 스톤지 100 Greatest Japanese Rock Albums of All Time 97위에 올라와있던 그 밴드구나! 뭐 그래서 결국 저도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들의 앨범은 아직 들어보지 않았지만 (탈리스만 앨범을 높게 치더라고요), 각잡고 감상해보니 이 싱글 꽤 좋습니다. 두 펑크 (Funk와 Punk)의 영향을 함뿍 받은데다 그것을 굉장히 감각적이면서도 격렬하게 살려내고 있는데, 그냥 듣고 있으면 절로 흥이 납니다. 작곡 면에서도 꽤 좋고요. 역시 MUTE BEAT, 오쿠다 타미오, 스가 시카오, 이노우에 요스이, 자가르타 같은 유명 뮤지션들 세션/멤버로 활동한 멤버들의 경력과 24년 짬밥은 어디 가지 않는군요. 타이업된 작품하고도 잘 어울립니다. 전반적으로 블랭키 젯 시티의 보컬 아사이 켄이치 애니 타이업 이후 보는 의외의 타이업 싱글이지만, 아사이 켄이치처럼 꽤 괜찮습니다.

이 싱글이 5년만의 복귀작이라고 하던데 [듀라라라!!]가 요새 오덕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좋은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지라, 이번 타이업으로 인지도가 확 올라간거 같습니다. 이 기회에 한국 오덕들도 좀 이 밴드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제가 딱히 이 애니를 보지 않거나 앨범 안 듣고 아는 척 하는건 절대 아니고요... 아 정말 봐야 하나?

물론 탈리스만 앨범도 위시 리스트에 추가했습니다. 이 정도 해준다면 진짜 관심이 생기네요.

P.S.B사이드 '未来を今'도 좋습니다.

로고라마
감독 프랑수아즈 알로, 에르베 드 크레시, 뤼도빅 우플랭 (2009 / 프랑스)
출연
상세보기

이번 2010년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유튜브에서 무료 시청이 가능하더라고요.

1부

2부


아 그리고 데이빗 핀처와 [세븐] 각본가 앤드류 케빈 워커가 출연합니다. 잘 찾아보시길. (힌트. 과자 캐릭터.)

그런데 진짜 저작권은 어떻게 했으려나요? 보이는 것만 해도 장난이 아니게 많은데 말입니다.
2009/09/02 - [Man Next Door/잡담]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망념의 잠드 설정자료집편~

어제 블로그 하루 쉬었습니다. 뭐 몸이 안 좋거나 무슨 나쁜 일이 생겨서 그런건 아니고, 그냥 블로그를 하루 좀 쉬고 싶더라고요. 변화를 주고 싶었기도 했고요 :-)

아무튼 오늘 포스팅 거리는 망념의 잠드 설정자료집 상권 인증 사진입니다. 느긋하게 있다가 한정 생산에 완판 됬다는 사실에 못 구할 줄 알았는데 정말 타이밍 좋게 야후 옥션에서 누가 팔고 있더라고요. 물론 아직 신용도 따윈 없어서 구매대행으로 구입했습니다. 2000엔에 대행비까지 포함해서 꽤 많은 비용이 깨졌지만 만족합니다. 일반구매했을때 드는 비용에서 1만원 정도 더 들었나?

요새 '내가 이 작품을 열렬히 좋아(라고 적고 덕질이라 읽는다)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 정도로 망념의 잠드 관련 상품을 꾸준히 사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OP, ED 싱글에 설정자료집까지... (하지만 DVD/블루레이는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내고 있... 북미판 나오면 살지도?)

일단 설정 자료집 퀄리티는 만족합니다. 하권 구입을 유도한건지 빠진 캐릭터나 배경 설정 스케치가 있지만, 인쇄 상태나 선명도는 모두 준수한 편입니다. 자료의 가치도 괜찮은 편이고요. 보면서 '애니메이션 연출 공부에 꽤 도움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세세한 설정과 스케치에 '역시 디테일의 본좌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 류조의 연구실 배경 스케치.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아무튼 처음으로 산 설정자료집인데 마음에 드는군요.

하권은 10월 22일에 나온다는데, 상권처럼 시껍하지 않기 위해서 서둘러야 되겠습니다. ㅎㅎ 이것도 구하면 인증 사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돈은 마구 깨지지만 상관없어!
2009/08/16 - [headphone music/잡담] - 망념의 잠드 ED EP [Kylee meets 亡念のザムド] 오픈 케이스

저번 포스팅에서 이렇게 적었죠.











하지만...

망념의 잠드 설정자료집 상권 2009년 8월 20일 발매! 하권도 10월에 발매한다규!


(상품 링크는 여기)



제가 생각해도 낮은 확률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و ل ك ن ه ذ ا م ا ح د ث ف ع ل ا.
Αλλ ά αυτ ό που συν έβη.
Maar het daadwerkelijk gebeurd.
Aber es wirklich passiert ist.
Но это произошло в действительности.
但 它是 实 际情 况。
しかし、それが 実際に起きています。
Ma è realmente accaduto.
Mais ce qui s'est r éellement pass é.
But it actually happened



아 정말... 돈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만수쨩과 MB가카의 BL노선이 가열차졌어! 엉어엉엉
썸머워즈
감독 호소다 마모루 (2009 / 일본)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사쿠라바 나나미, 후지 스미코, 타니무라 미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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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낮의 사이버 대재난

호소다 마모루의 2009년 신작 [썸머 워즈]는 서로 안 어울리는 듯한 소재를 공존시키는데에서 시작됩니다. 사이버 세계 오즈가 세계적인 네트워크가 된 근미래, 짝사랑하는 나츠키 선배의 아르바이트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 시골집으로 끌려온 수학 천재 고등학생 겐지는 나츠키 선배의 대가족 앞에서 어떻게 잘 해야 되는 상황에 처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밤에 문자 메세지로 온 암호를 풀었다가 사이버 대란이 일어나버리고 맙니다. 사실 겐지는 오즈 알바생이였고, 그 때문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위기에 처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가상 세계의 위기는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대충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안 어울리는 소재들의 정체는 바로 시골 코메디와 사이버 펑크 재난물입니다.

이 공존은 어느정도 현실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극에 등장하는 나가노 현 우에다에 있는 진노우치 가처럼 오골오골거리는 대가족의 풍경이 갑자기 싹 사라질리도 없고(상대적인 수야 줄어들겠죠) 시골 대가족 역시 미국의 아미쉬처럼 기계 문명 발달을 거부하며 살지 않는 이상, 그 기계 문명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살겠죠. 게다가 인터넷의 장점이 뭡니까? 언제 어디서나 접속을 할수 있다는 점이죠. 따라서 사이버 대란의 중심이 시골에서 일어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썸머 워즈]는 옛 것의 흔적이 남은 소도시와 사이버펑크를 연결시킨 TV 애니메이션 [전뇌 코일]하고 비슷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작사도 같군요!)


다만 그 이질적인 소재의 공존이 스토리 전개하고는 온전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썸머 워즈]의 연출과 이야기는 시골 코메디와 사이버펑크 재난물 두 중심축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호소다 감독은 세계 멸망의 위기로 치닫는 오즈의 재난만큼이나 사카에 할머니의 90세 생일을 앞두고 진노우치가에 불어닥친 가족 문제나 겐지와 나츠키의 사랑 이야기 같은 사건들도 중요하게 취급합니다. 이 때문에 오즈의 재난은 종종 그 무게와 긴장감을 잃고 시골 코메디 뒤로 물러나기도 합니다. 막판 식사 씬이 그렇죠. 씬 자체는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계 멸망급의 재난인데 저래도 되는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점에서 [썸머 워즈]는 박찬욱의 [박쥐]하고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바로 소재의 우선 순위가 명확하지 않아서 이야기 구조가 헐거워지는거죠. 그래도 중반부까지 우선 순위를 정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며, 인물 심리 상태도 다소 알기 힘들었던 [박쥐]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썸머 워즈]는 아무리 왔다갔다 해도 기본적으로 우선 순위가 명확하고(시골 코메디) 결정적으로 캐릭터 이해가 쉽습니다. 

여전히 소재들이 이야기하고 온전한 화학적 결합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다는 점은 같지만 [박쥐]가 그랬듯이 [썸머 워즈] 역시 그 헐거운 이야기 구조 속에서 기묘한 재미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 재미가 뭔지는 직접 보시면셔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게다가 여러분, [썸머 워즈]는 일본 시골을 배경으로 한 사이버 펑크 재난물입니다. 이런 거 들어본 적 있으신지요.


이야기가 말하고 싶어하는 바는 무난합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노력해봐라. 가족간의 화목하게 지내라. 딱히 이 메세지를 분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였거든요. 다만 그 주제 부분 묘사가 좀 뭐랄까... 소년 만화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건 사실이더라고요. 솔직히 과한 부분도 있었긴 했지만, 그럭저럭 받아들일만 했습니다. 딱히 새롭진 않더라도 관객들을 훈훈하게 한다는 점은 괜찮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주제보다 인터넷으로 세계인들이 단결할 수 있다라는 묘사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몇 분들이 군국주의 떡밥을 들고 나오시는 것 같은데 솔직히 그건 오버 아닌가 생각합니다. 확실히 진노우치가로 대표되는 일본의 무사도 정신이 한국인들에게는 낯설고 다가서기 쉽진 않지만, 한국도 선비 정신이라는 비슷한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과거의 선조들의 영광을 늘어놓는 늙은 아저씨들, 한국에도 있습니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애니 내에서 정치적인 이념을 실현시킬 의도도 없어보입니다. (시키려고 했더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겠죠.) 그냥 이 애니에서 등장하는 전통에 대한 시선은 우리 전통 정신을 잘 살려보자 이 수준입니다. 아 그래도 마지막 결말에 미국 까는 건 좀 괴상하더라고요. 이치에 맞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읭?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썸머 워즈]가 '오오 세상을 바꿀 위대한 걸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본이 되는 시골 코메디는 개성적인 인물들과 일본의 여름 분위기 같은 성실한 묘사들로 인해 인상적이며, 비록 우선순위에 밀리긴 하지만 사이버펑크 세계도 충분히 눈요기 할 만 합니다. 단점들이 있긴 하지만 즐거웠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하네요.

P.S.1 오즈 운영자의 이름은 존과 요코.... 존나좋군? (힌트. 레논과 오노)
어디서 본 글인데 오즈 운영자 이름을 조지와 패티로, 러브머신을 에릭으로 했으면 어떻게 됬을까?라는 의견이 있더군요. 그건 좀 워키모이 (...) 참고로 '조지' 해리슨(비틀즈)과 '패티' 보이드는 부부사이였다가 '에릭' 클랩턴(유명 뮤지션)으로 인해 결혼생활 쫑났습니다. (...)
P.S.2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애니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본격 공학생 인생 역전 애니, 본격 고스톱으로 세상 구하는 애니일듯.
P.S.3. 이 애니의 주제가 가수는 야마시타 타츠로지만 아저씨에게 박정한 세상은 그가 한국에 알려질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ORZ 따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P.S.4. 옆에서 떠드는 아새*들은 정말 짜증나더라고요. 다행히 전 한번 집중하면 주변 환경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인지라 방해는 되지 않았습니다만... 여튼 평일 아침도 안전하지 않군요. 왕십리 CGV는 좋았습니다. 새 극장다운 깔끔함이 좋더라고요.
감독 피트 닥터, 밥 피터슨 (2009 / 미국)
출연 이순재, 에드워드 애스너, 크리스토퍼 플러머, 조던 나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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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리뷰에 대한 생각이 잘 안나네요. 쩝. 간단하게 서술하는 정도로 해볼까합니다.

-본격 불교 애니...는 아니겠군요. 업=業? 그래도 막판의 메세지는 약간 불교적인 느낌도 납니다. 보시면 아실듯.

-도입부가 정말 좋더라고요. 짧은 시간 내에 몽타쥬 편집과 상징적인 컷 연결로 수많은 의미와 감정들을 담아내는게 진짜... 솔직히 보고 울 뻔 했습니다. 물론 도입부 뒤도 이 못지 않게 좋았습니다.

-전 이 영화를 '소망과 인생의 관계' 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삶에 대한 어떠한 희망이나 생기 없이 그저 꿈을 쫓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 뭐 이렇습니다. 그래서 클라이막스가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순수한 사랑과 희망이 느껴지는 문제제기에 대한 답이더라고요. 여기서 또 울 뻔 했습니다.

-영화 속 자연 풍경은 참 보기 좋더라고요. 실제로 있는 풍경이라는데, 사진을 보니 굉장히 고증에 충실하더라고요.

-[월-E]도 그랬고, 어쩌면 픽사는 클래식 할리우드 영화의 유산을 복권하려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픽사는 그 유산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재주가 있는 훌륭한 창작 집단입니다. 과거와 현재, 무거움과 유쾌함을 절묘하게 배합할 줄 아는 그들의 솜씨에 감탄하게 됩니다. 극장에서 놓치시면 분명 후회하실겁니다.

-여담인데 3D 상영이 비싸더라고요. 조조인데도 무려 10000원. 흠...흠좀. 결국 2D 필름 상영으로 봤습니다.

-단편 재미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좋더라고요. 참고로 단편 감독이 부주인공 러셀의 모델이랍니다.
*DVDPrime 게재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2009.7.26) 7월 16일 잠시 공개했다가 비공개로 돌린 이유는 DP측의 요청 때문이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중간에 수위가 높은 사진이 있습니다. 읽으실떄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글 : Giantroot (http://giantroot.pe.kr)


블러드+, 피로 이어진 기나긴 숙명

[블러드+]는 대표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프로덕션 I.G.의 대형 미디어 믹스 계획의 파생 작품이다. 오시이 마모루가 기획 원안을 맡고, 캐릭터 원안에는 테라다 카츠야라는 호화 스탭들이 참여한 이 미디어 믹스 계획 (이하 블러드 프로젝트로 통칭) 의 시작은 2000년 나온 48분짜리 극장판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애니메이션에서 비롯되었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한 장면. 저작권 프로덕션 I.G.>

1966년 할로윈, 일본에 주둔한 미군 기지에 숨어든 익수를 수수께끼의 소녀 사야가 퇴치하는 내용을 다룬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이후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는 디지털 2D 작화와 3D 기술을 선험적으로 도입한 애니메이션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국내에서도 2003년 정식으로 소개된 바가 있다. (2009년 5월 일본에서는 블루레이가 발매되었다.) 본래는 OVA 시리즈로 계획된 작품이였지만, 극장용 중편으로 변경되어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이후 (국내에도 정식으로 발간된) 오시이 마모루가 쓴 소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야수들의 밤], [블러드+] 감독인 후지사쿠 준이치가 쓴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어둠을 유혹하는 피],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상해애상], 만화와 비주얼 노벨 게임, (전지현 주연으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킨) 2009년 실사 영화 [블러드]가 이어졌다. 이처럼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긴 했지만, 비슷한 미디어믹스 프로젝트인 닷핵처럼 세세하게 사건들과 인물들이 각 작품마다 연결이 된 프로젝트는 아니다. 기본적인 세계관과 설정, 중요 인물 정도를 공유하는 수준이다.

<전지현 주연으로 화제가 된 실사 영화판 [블러드], 하지만 본작 [블러드+]하고는 큰 연관성은 없다>

작품마다 연관관계가 희미할뿐더러 종종 판이한 설정을 보이는 블러드 프로젝트이지만, 대부분 사야라는 정체불명의 소녀와 흡혈 괴물인 익수의 대결을 중심 이야기로 삼고 있다. 비록 설정과 성격은 작품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사야는 교복을 입은 불로불사의 미소녀로 묘사된다.

이 대결을 서술하는 자는 대부분 사야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이뤄져 수수께끼로 가득 찬 사야의 매력을 강조한다. 익수 역시 작품마다 설정이 다르긴 하지만, 박쥐의 본 모습을 하며 인간 속에 숨어사는 존재로 묘사된다. 그 외 전반적으로 음모론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익수와 사야의 대결을 그려내는 모습을 보인다.

★주1 : 블러드 프로젝트 세계관을 다룬 연표를 보면 나치가 사실은 익수의 집단이었다. 60년대 일본 학생 운동에 익수가 관여해 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관중 속에서 사야를 발견했다 식으로 연표가 전개된다. 이런 음모론적 상상력은 블러드 프로젝트 이전에 케르베로스 사가([인랑], [붉은 안경])라는 대체역사물을 만들어냈던 오시이 마모루의 영향이라 짐작된다.

<사야의 변천사. 왼쪽은 프로덕션 I.G 의 2000년 달력으로써 키세 카즈치카가 그린 사야. 가운데는 TV 애니메이션 블러드 플러스의 사야. 오른쪽은 실사 영화판 블러드의 사야. (전지현)>

2005년 10월 일본 방송국인 MBS에서 방영하기 시작해, 2006년 10월에 완결된 [블러드+]는 블러드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작품 중에서 2009년 실사 영화와 함께 가장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작품일 것이다. 그동안 음습한 카리스마를 지닌 미소녀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사야를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미소녀 유행에 맞는 모습으로 디자인을 수정했으며 (★주2), 이에 따라 어두침침한 호러물의 이미지 역시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블러드 프로젝트의 전통인 ‘살인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충실히 이행한 1화 도입부의 잔혹한 학살 씬은 방영 당시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주3)

★주2 : 성우 역시 그 동안 미디어믹스 영상물의 사야 성우를 맡았던 배우 쿠도 유키에서 당시 신인 성우였던 키타무라 에리로 변경되었다.

★주3 : 국내에서도 이 때문에 애니맥스에서 15세 관람가로 방영되다가 징계를 받고 19세 관람가로 변경해 방영했다.

이를 보듯, [블러드+]는 기본적인 설정만 제외하고는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과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우선 사야의 주변인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높아졌다. 원작에서는 사야를 지원하는 단역에 불과했던 데이비드와 루이스가 새로운 캐릭터로 재해석되어 태어났으며, [블러드+] 오리지널 캐릭터들인 사야와 같이 입양된 형제가 준주인공 대접을 받고 있다.

사야의 캐릭터 역시 평범한 여학생 성격과 기존의 카리스마적인 성격을 모두 가진 입체적인 성격으로 거듭났다. 그 외에 익수와 인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시프라는 새로운 종족이 추가되었다. 이는 장편으로 기획하면서 생긴 변화라 추측되는데,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이야기에 맞춰 가려다가 실패한 실사영화의 전략하고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물론 차별화하는 와중에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에 대한 오마쥬도 넣는 팬서비스 정신도 잊지 않았다.

<첫번째 엔딩 영상에 등장하는 사야 가족의 단란한 모습>

[블러드+]가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나 실사 영화인 [블러드]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은, 바로 ‘가족애’이다. 오키나와의 밝은 햇살처럼 구김살 없는 성격을 지닌 카이와 리쿠의 밝음은 피의 비극으로 물든 사야를 ‘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널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비록 ‘피’로 이어지지 않은 가족이지만, ‘피’처럼 끈끈한 가족애로 ‘피’의 운명과 악순환을 감싼다는 이 애니의 주제는 다소 진부하긴 해도, 제법 감동적이기 하다. 그 외에도 ‘피’라는 소재의 다의성을 활용한 해석들이 돋보이는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불로불사의 존재들인 인간의 모습을 한 익수들이 맺는 독특한 (종종 위험하기도 한) 관계가 가장 흥미로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블러드+]는 이 매력적인 요소들을 살리기엔 뒷심이 다소 부족한 편이다. 초중반부에 보여줬던 강렬한 비극과 사야의 과거를 둘러싼 미스테리, 그리고 탄탄한 호러와 액션 연출은 분명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초반부 비극 묘사를 위해 필연적으로 동원된 잔혹함으로 인해 온 가족이 보는 황금 시간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항의를 받았다. 이런 압박 때문인지 중후반부의 극적인 전환 이후에는 어정쩡한 전개와 묘사로 열혈팬들의 실망을 샀다. 거기다가 장기 방영으로 인한 제작진들의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퀄리티도 극적 전환 이후 어느 정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몇 가지 단점들을 안고 있지만, 이 애니의 악역이라 할 수 있는 디바의 캐릭터는 이 작품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어린 아이의 순수함과 잔혹함, 가희라는 이름에 걸맞게 히스테리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여가수의 모습, 부하들과의 근친상간적인 이미지를 혼합한 이 캐릭터는 분명 근 5년 동안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악역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악역 아닐까 한다. 그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물론 이 돋보이는 악역은 베테랑 성우인 야지마 아키코 씨의 충격적인 열연이 뒷받침하고 있다.

디바의 가희 이미지에서 보듯, 이 애니메이션은 음악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주요한 열쇠가 되는 하지의 첼로 연주는 실제 유명 첼리스트를 기용했으며 음악에는 헐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크 맨시나(음악 감독)와 한스 짐머 (프로듀서)가 참여했다. 오프닝 엔딩 주제가 역시 HYDE, 나카시마 미카, 안젤라 아키 같은 유명 J-POP 뮤지션을 기용해 당시 화제가 됐다. 특히 네 개의 오프닝 중 세 번째 오프닝은 영상과 음향의 적절한 조화로, 방영 당시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블러드+]는 지적받을 수 있는 단점들이 적지 않지만, 여러모로 흥미로운 구석도 많은 작품이다. 그동안 블러드 프로젝트가 단편적으로 다뤘던 ‘피’의 상징성을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갔으며, 미군과 일본, 세계의 패권 같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 지점을 만들고 있는 부분도 있다. 심의에서 다소 자유로운 심야 시간대에서 방영되었더라면 완성도가 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DVD

이번 리뷰에서 다룰 [블러드+] 파트 1 박스셋 (이하 [블러드+] DVD로 약칭)은 1화에서 25화까지를 수록했으며, 소니 픽쳐스 홈 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했다. 미국에서 출시된 박스셋을 기본으로 했으며, 슬림 킵 케이스에 총 6장이 담겨 있다. 1장마다 5화가 수록되어 있다. 본편은 총 5장이며, 디스크 6에는 부록이 수록되어 있다.

VIDEO


디지털로 이뤄지고 있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추세에 맞춰 [블러드+] 역시 디지털 로 제작되었으며, DVD 역시 잡티 없는 깔끔한 퀄리티를 선보인다. 비록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DVD 때처럼 인상적인 화질은 아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색감과 선명도가 살아있는 성향의 화면이다. 장르가 장르다 보니 밤 장면이나 거친 화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장면들의 암부 표현력과 선예도 역시 준수한 편이다. 삽입되는 CG 역시 이질감 없이 잘 살리고 있다. 종종 움직임이 빠른 장면에서 윤곽선이 거칠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긴 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프로그레시브 대응 역시 잘 되어있다. 다만 챕터 구분이 메뉴에서는 한 에피소드로만 이뤄져 있지만, 실제로는 한 화마다 오프닝-A파트-B파트-엔딩로 세분화 되어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상영 중에 블랙 화면과 정지 화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DVD 오류가 아닌 원본에 포함되어 있는 영상이다.

AUDIO

리니어 PCM 스테레오 수록이었던 일본판과 달리, 국내판는 영어와 일본어 돌비 디지털 2.0로 수록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애니맥스에서 더빙 방영을 했기 때문에 더빙 트랙이 수록될 가능성을 기대해 보았지만, 축소된 DVD 시장 상황 때문인지 수록되지 않았다. 오디오 트랙 자체는 일본판과 달리 무손실이 아니라는 단점을 안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극 중 하지의 감미로운 첼로 연주, 마크 맨시나가 담당한 웅장한 사운드트랙, 극 중 효과음들과 대사들을 무난하게 들려주고 있다.

자막

감상하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국내판 [블러드+] DVD의 한국어 자막엔 몇 가지 오역이 눈에 띈다. 고유 명사 표기 오류도 종종 보이고, 일본어 음성 트랙과 같이 틀어놓고 보면 완전히 다른 내용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같은 문제는 북미판을 그대로 번역한데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스페셜 피쳐

디스크 6에 수록되어있는 스페셜 피쳐에는 등장 성우들의 인터뷰와 북미에서 출시될 소니 픽처스 작품들의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어 자막은 지원 되지 않는다. (대신 영어 자막과 음성은 지원된다.)

※ 참조
- 엔젤하이로 위키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오토나시 사야 항목
- 영어, 한국어 위키백과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블러드+]

Giantroot 2009.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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