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요샌 뭔가 인디 록에 대한 애착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게 느낍니다. 트위터에도 계속 적었지만 화제작도 안 듣고.... 문득 느꼈는데 역시 제가 힙스터가 행세를 하는 것은 촌닭이 갑자기 어디 길거리에 주운 깃털을 가지고 공작이 되서 '유후~ 섹시한 까투리들, 나랑 놀지 않을래?'라며 쉐낏쉐낏 팝핀댄스 춤추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는걸 깨닫게 됬습니다. (...)
저 같은 남양주 출신 아저씨 취향 촌닭은 아저씨 취향에 만족하면서 살아야죠. 가끔 제가 존나 구닥다리에 목매고 사는 인간이라는 걸 이웃분들을 보며 느낍니다. 근데 정작 오덕이라니 이건 말도 안 돼... (아 오덕 중에서도 국외자들이구나...)
왜 클래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팝이나 록같은 대중음악과는 다른, 보컬과 가사가 많이 배제되고 (성악곡 제외) 악기들이 중심을 이루는 형식에 매료를 느껴서...라고 적으면 너무 모호하려나요. (비슷한 이유로 요새 재즈도 많이 듣습니다.) 그냥 음악 취향 폭을 늘리는 지적 허세의 발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팝이나 록을 듣는걸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닙니다. 다만 올해도 과거 올디스와 영미 제외한 제3국가?들의 음악들을 중점으로 들어보고 싶다는 계획을 짜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미 인디 록 쪽은 안들을것 같아요. 기존 밴드의 신보는 계속 체크해보겠지만. (호러스 앨범 들어봐야 할건데...)
이상 별거없는 2012년 연초에 듣는 이야기였스빈다.
P.S. 첨언하자면 클래식이나 재즈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귀에 좋으면 만사장땡이라는 건 아니지만 (정말 구린 음악도 있기 때문에) 그래도 계속 듣다보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해요. 심미안을 처음부터 만들고 들어야 할필요는 없잖아요?
최근에 재미있게 본 애니 [돌아가는 펭귄드럼]은 음악이 의외로 좋더라고요. 하시모토 유카리라는 사람이 맡았는데 현악기만 쨍쨍거리지 않고, 타악기의 섬세한 터치감과 실로폰과 하프시코드의 질감, 일렉트로 긴장감을 유도하면서도 메르헨적인 아련한 감수성을 깔아놓는게 의외로 상당한 내공이 느껴져 좀 놀랐습니다. 애니 리뷰에도 적었지만 들으면서 욘 브리온, 얀 티에르상, 칸노 요코 생각났습니다. 그것보단 좀 더 일본 아니메 OST 풍이 강하긴 하지만.
아무튼 작중에 등장하는 아이돌 트리플 (실은 더블) H의 곡들도 괜찮은게 많습니다. 부르는 곡 모두 일본의 80년대 글램 록 밴드인 ARB 커버인데, 한 두곡 제외하면 모두 완전히 다르게 재해석을 해서 듣는 재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ROCK OVER JAPAN 제외하면 이 해석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더라고요. 블루 하츠와 조이 디비전 풍의 거칠고 남성적인 포스트 펑크였던 원곡을 몽글몽글 YMO 풍 쇼와 일렉트로 아이돌 팝으로 재해석해냈습니다. 전반적으로 퍼퓸을 많이 벤치마킹한 느낌인데 그게 잘 어울려요. 성우들이 부른 보컬은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곡에 잘 녹아들고 있습니다.
절대운명묵시록도 그렇고
딴건 몰라도 이쿠하라 쿠니히코는 은근히 귀가 좋은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차기작에서도 음악은 한번 기대해볼까 합니다.
생각해보니 1990년대는 컷 앤 페이스트가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사에 대두됬던 시절이였던 것 같습니다. 힙합이 슬금슬금 기어올라 성공을 거두면서 힙합 장르 바깥쪽 뮤지션들이 이 방법론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죠. 벡이 그랬고, 플레이밍 립스가 그랬고, 이번의 일즈가 그랬습니다. 다양한 리듬과 루프, 효과음, 장르 혼합, 다소 금기시 되던 샘플링을 하면서 그들은 익숙한 고전의 문법을 새로운 느낌으로 재창조해서 장르를 신선하게 만들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둘 다 중견 뮤지션이 됬지만 꾸준히 양질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군요. 일즈는 조금 밀리는 것 같지만.
제 생각엔 이런 백인 락/팝 뮤지션이 컷 앤 페이스트를 접근하는 방식은 비치 보이스와 브라이언 윌슨, 반 다이크 팍스 같은 60년대 미국 사이키델릭 팝스 작법하고 연관이 있는거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러니깐 소리의 덩굴을 만들되, 기둥이 되는 로큰롤이나 팝스의 뿌리는 포기하지 않는 방식이죠. 아무튼 이들은 인디 팝과 네오 사이키델릭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각설하고 일즈의 데뷔 앨범은 흥겨우면서도 아련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음반입니다.전반적으로 옛 미국 음악을 샘플링하고 ('Novocaine for the Soul') 절절히 끓는 보컬은 진한 블루 아이드 소울과 컨트리, 포크의 향취('My Beloved Monster')가 나는 등 미국적인 요소가 발견되지만 의외로 영국식 팝스의 영향도 강한 앨범입니다. (그 중 엘비스 코스텔로의 영향력이 생각외로 강합니다.)
벡보단 멜랑콜리와 자괴심에 가득찬 사춘기 감수성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절대로 쿨함을 잃지 않는 일즈의 태도는 90년대 미국 그런지 세대의 분노와 영국 브릿팝 세대의 쿨함 모두 맛볼수 있습니다.
아무튼 간만에 앨범이 너무 짧게 느껴져 더! 더!를 외치게 하는 음반입니다.
개인 사정 때문인지 이 다음 앨범인 [Electro Shock Blues]는 그런 아련함이 사라지고 자학과 절망, 신경질적인 유머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물론 이 쪽도 굉장한 걸작입니다.) 이 앨범의 중용의 멜랑콜리는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사촌 형 집에서 발견했을땐 특이한 커버 때문에 손이 가지 않았는데 막상 들으니 정말 아름다운 앨범이였습니다.
P.S. 일즈는 욘 브리온하고도 연관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일즈 이전의 마크 E 에버렛의 솔로 앨범과 관계가 있는거지만....
10월에 발매된 LAMA의 두번째 싱글은 양면 싱글인데, UN-GO 엔딩으로 쓰이게 된 Fantasy는 소나타를 연상시키는 피아노 독주를 시작으로 탁하고 또르르 굴러가는 글리치 비트, 어쿠스틱 기타가 인상적인 써늘한 일렉트로닉 팝입니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음예한 감수성도 살아있고요. 싱글의 어둠을 대표하는 곡이라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Cupid는 둥둥거리는 베이스를 기조로 삼고, 상큼하게 팡팡 터지는 신스와 기타가 곁들어진 기타 팝입니다. 무엇보다 절정 부분마다 찍어내리는 신스 편곡이 인상적입니다. 싱글의 빛을 대표하는 곡이겠죠.
어찌됬든, 이 곡들을 들어보면 말기 슈퍼카도 그렇고 나카무라 코지와 후루카와 미키의 관심사는 뉴 오더로 넘어간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포스트 펑크의 향취가 강하게 풍깁니다. [Answer]와 'Wonder Word'로 대표되는 말기 슈퍼카는 현란한 색채가 빠져버리고, 뉴 오더에 대한 리스펙트와 무채색의 정념을 묘사하는데 집중했는데 새 밴드 LAMA에선 그게 본격화된듯한 느낌입니다. 새로 영입한 멤버 우시오 켄스케가 agraph라는 이름으로 Fennsez 풍의 미니멀 테크노를 해왔다는 사실도 그런 심증에 증거를 더해주고요. 만약 슈퍼카가 계속 활동을 진행했다면 어떤 음악을 했을까, 라는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는 흥미로운 트랙들이라 생각합니다.
얄개들 첫 앨범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선행 싱글에서 맛보았던 다채롭지만 담백한 코드와 탄탄한 연주가 돋보이는 개러지 로크입니다. 새로 공개 된 곡 중심으로 보자면 '산책 중 우연히 만난 외할머니' 같은 곡은 연주곡이지만 변칙적이면서도 오밀조밀한 연주가 청각적 풍경을 만들어내며, '슬프다 슬퍼'는 간출하게 쌉싸름한 멜랑콜리를 만들어냅니다.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신명나고 아련한 감수성의 판을 벌이는 '꽃잔치'는 좋은 엔딩 트랙이고요.
하지만 첫 싱글하고는 확연이 차이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소리의 질감입니다. 이 앨범의 질감은 한마디로 건조하고 퍽퍽합니다. 스튜디오 양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앨범입니다. 원테이크로 녹음되어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는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여기에 이질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좀 있으실수도 있을겁니다. 특히 '꿈이냐'나 '우리 같이' 도입부는 싱글의 드라마틱함 대신 담담한 울림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장 달라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산울림의 개러지 록 (초기 1,2,3집)나 초기 페이브먼트에 가까워졌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대충 짐작 가실겁니다.
솔직히 싱글의 윤택한 질감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처음엔 이 앨범의 선택에 당황하긴 했습니다만, 찬찬히 들어보니 이런 선택이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특히 '꿈이냐' 앨범 버전에서 칼칼하게 울려퍼지는 전자 기타와는 싱글 버전하고는 독자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은 청량한 물 같은 느낌의 앨범입니다. 요새 대세하고는 한발짝 떨어져서 처음에 느끼기엔 다소 심심하다 느낄수 있겠지만, 그 속에 감춰둔 날카롭지만 아련한 감수성과 일상에 대한 담담하지만 재치있는 가사는 곱씹어보기 충분합니다.
요새 핑크 플로이드 전집이 새로운 리마스터링으로 재발매 됬더라고요. 거기에 곁다리로 시드 바렛 카달로그도 전부 리마스터링 됬고. 덕분에 제가 사들인 Wish You...이거 애매하게 됬습니다 -0- 그래도 조촐한 기념으로 이런 포스팅을..
로저 워터스의 핑크 플로이드가 너무 알려지다 못해 이젠 클리쉐까지 된 느낌이라면 시드 바렛의 핑크 플로이드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존재입니다. 바렛의 핑플은 두번째 앨범을 끝으로 (사실 배릿은 핑플 두번째 앨범은 거의 참여하질 못했으니 온전한 걸로만 따지자면 파이퍼 앨범이 유일합니다.) 단명하기도 했고, 시드 바렛도 두 앨범 발표 이후엔 은둔하다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죠.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사람입니다.
시드 바렛 시절의 핑크 플로이드는 블루스 기운이 덜 나는 대신, 사이키델릭으로 가득합니다. 루이스 캐럴과 케네스 그레이엄 (핑플 첫 앨범 제목부터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챕터 제목인 '새벽녘에 피리 부는 목신'이니깐요.) 같은 영국 동화 작가들에게서 힌트를 얻은 유아적 사이키델릭이라고 할까요. 키플링의 시와 동화들을 가지고 앨범을 만든 도노반이나 영국 민요에서 영감을 얻은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하고 비슷한 과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미국 아해들의 음악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감수성이죠. 신비롭고 음습하고 축축하고... 섬나라 종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광기. 바렛의 광기는 폭발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을 향한 조곤조곤한 광기입니다. 로저 워터스의 사회에 대해 침을 뱉는 외적인 광기하고는 멀죠.
물론 워터스의 핑플하고 공유하고 있은 음악적 특성들도 분명 있습니다. 일단 위에도 적었지만 광기라는 테마가 이때부터 지배했다는 걸 알 수 있고, 여기 올린 'Interstellar Overdrive'의 극적이고 야심만만한 스케일로 이뤄진 즉흥 연주는 [The Wall]과 [Animals] 같은 워터스가 만들어낸 컨셉 앨범과 수록곡들의 시금석이라 볼 수 있을겁니다. 수록곡 'Bike'와 'Astronomy Domine'의 탈력적인 엇박자와 부유하는 멜로디를 다양한 소리들로 엮어서 음습한 분위기를 창출하는 부분은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기조에 큰 영향을 준 게 분명합니다.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The Another side of the Pink Floyd입니다. 예전에 트위터에도 적었듯이 "핑플을 로저 워터스로 기억하는 사람은 입문자, 시드 바렛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좀 들은 사람"라 말할 수 있겠네요. 또 영국 사이키델릭을 말할때 빼놓을수 없는 음반이기도 합니다.
시드 바렛은 탈퇴 이후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냈는데 당시엔 별로 주목받진 못했습니다. 8-90년대 포스트 펑크~얼터너티브 시절 후배들이 발굴해내 솔로도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라서게 된거죠. 그나마 가장 알려진 음반이라면 역시 [The Madcap Laugh]일겁니다. 핑플 멤버들과 소프트 머신이 도와줘서 만든 이 앨범은 너저분함 그 자체입니다. 녹음은 정돈되지 않았고 바렛의 보컬은 찌들어있는데다 음정도 아슬아슬합니다. 막귀여도 쉽게 알아차릴 정도에요. 정돈되지 않은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랄까요. 대부분 바렛 혼자서 어쿠스틱 기타 가지고 뚱땅거리는 앨범이지만 여기에 올린 'No Good Trying'하고 'No Man's Land'는 이런 구성에서 벗어난 구성(소프트 머신이 백 밴드로 참여했습니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인상이 강한 곡도 이 둘이고요.
이 음반은 영국판 알렉산더 스킵 스펜서의 [Oar]라고 할만합니다. 음악적인 구성이나 무드가 완전 판박이에요. 포크/컨트리인데 괴상한 코드와 공감각적인 소리 구성을 집어넣어 만든 사이키델릭 포크에 가사는 난해하기 그지 없습니다. ('Dark Globe'에서는 조이스를 인용합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앨범이지만 (게으르고 지겹고 나른해서 듣고 있노라면 심신이 축축 처집니다.) 한 번 들으면 푹 빠지게 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심지어 잘 나가는 밴드 리더였다가 약물과 광기로 붕괴됬다는 개인사도 똑같죠. 핑플 1집의 에너지는 쏙 빠진 사이키 포크 팝 앨범을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시드 바렛은 이렇게 잊혀졌지만, 그가 남긴 유산들은 재야에서 암약하던 후배들의 손에서 네오 사이키델릭 팝으로 재정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소프트 보이즈, 비트 해프닝, 플레이밍 립스, 요 라 텡고, XTC, 머큐리 레브, 티어드롭 익스플로전 (=줄리언 코프), 애니멀 콜렉티브 같은 밴드들이 시드 바렛의 유산을 재조립해 불멸의 명성을 누리게 됬습니다. 지금 들어도 이 앨범은 참 신비한 앨범이에요. 자주 꺼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간간히 들을 것 같습니다.
온리 원스The Only Ones는 펑크 시대에 등장한 영국 밴드지만, 당대엔 별로 인기를 끌진 못했습니다. 앨범 세 장만 내고 4년만에 단명한데다 이 곡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사실은 발표 당시 뉴질랜드 챠트에 뒤늦게 중위권에 오른게 전부입니다. 당대에 인기 있었다긴 보다는 해체 후 재발굴된 밴드라 보는게 정확할겁니다.
사실 그들의 음악은 펑크이긴 하지만 우리가 아는 섹스 피스톨즈의 펑크라고 하기엔 애매한데 그들에겐 지나치게 아름다운 하모니와 멜랑콜리한 가사,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스튜디오 기술과 악기 세션 (심지어 이 곡이 실려있는 첫 앨범 수록곡에는 색소폰도 등장합니다.), 메이저 레이블 (컬럼비아 레코드)가 있습니다.
즉 당대 영국제 펑크 중에서도 버즈콕스나 더 잼 과라 할만한 밴드인데, 음악적인 면에서는 버즈콕스보다는 더 잼 쪽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60년대 모드 밴드들의 영향력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퍼렛은 실제로 더 후, 롤링 스톤즈, 지미 헨드릭스 평전을 쓰기도 했습니다.) 물론 빅 스타와 배드핑거 같은 파워 팝 밴드들도 빼놓을수 없겠죠.
음악을 타고 흐르는 보컬 피터 퍼렛의 목소리도 분노하긴보다는 게으르고 삐딱하게 사랑사와 일상, 약물 이야기 (올린 곡도 약물 관련 묘사가 있습니다.)를 시니컬하게 짓씹습니다. 이 점에서 가사는 오히려 버즈콕스에 가까워요. 블랙 유머라도 현대 영국 사회에서 소외된 청년의 분노를 외치는 잼의 사회고발성 강한 풍자라긴 보다는 딸딸이가 좋아 미치겠는데 여친은 날 차버리고 나는 찌질이야 하는 10대 청춘을 담아낸 버즈콕스의 내적이고 삐딱한 풍자에 가깝죠.
이 곡은 셀프 타이틀 첫번째 앨범에 실린 곡인데, 확실히 이 앨범엔 사람의 인상에 확 남는 괜찮은 곡들이 많이 실려있고 종종 리버틴즈와 2000년대 브리티시제 인디 록/팝을 예견하는 트랙도 있습니다. 실제로 리버틴즈는 온리 원스를 굉장히 존경하고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같이 연주하기도 했답니다. 틴에이지 팬클럽부터 쿡스와 베이비섐블즈까지, 온리 원스가 남겨놓은 족적은 짧았지만 영국 인디 록에는 의미가 큰 족적이였습니다. 브리티시 로큰롤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이 행성은 탐사하기 충분합니다.
엘보우 새 앨범 [Build A Rocket Boys!]은 언제나 그랬듯이 훌륭합니다. 견고한 울림과 단단한 밑받침이 있는 음악이라 할까요. 그동안 라디오헤디즘에 경도된 브리티쉬 록 밴드들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튼실하게 버텨준 밴드도 드물겁니다. 그들이 전해주는 무게감있는 멜랑콜리는 다른 동료 밴드들과 차별될만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엘보우의 음악적 뿌리는 역시 프로그레시브 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트랙인 이 곡만 해도 그렇죠. 8분이라는 캔버스에 그들은 육중한 기타 리프, 천천히 끓어오르는 구조, 쩔걱거리는 퍼커션 소리, 중반부에 가세하는 빈티지 일렉 피아노와 합창,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만든 스펙트럼을 갈무리했다가 후반에 폭발시키는 그들의 능력은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또다른 수록곡인 'Jesus Is A Rochdale Girl' 같은 단아한 어쿠스틱 포크 소품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둔탁한 퍼커션과 쨍쨍거리는 기타에 맞춰 떼창을 유도하는 'With Love'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앨범도 머큐리 상을 가져갔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육중하지만 지금과 같은 쌀쌀한 가을날에 잘 어울리는 멜랑콜리한 앨범입니다.
비단 이 곡 뿐만이 아니라, 이 앨범 [Stone Flower]은 중기 조빔의 수작이라 할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들과 그것을 실현시킬 재능으로 가득담긴 보사노바/MPB 앨범입니다. 뭐랄까 [Wave]에서 완성한 여백의 미학을 색다르게 어레인지했다고 할까요.-그 중간 과정은 [Tide]에서 확인할수 있습니다.-콩가와 일렉트릭 피아노 ('Children's Games'), 은은하게 깔리는 퍼커션과 그 속에 담겨진 좀 더 원초적인 비트/심상에선 60년대 브라질에서 발흥했던 MPB의 영향력도 보입니다. 타이틀 트랙인 'Stone Flower'는 그 점에서 확실히 [Wave]나 [The Composer Of Desafinado, Plays]하고는 다르면서도 같습니다. 시대와 소통하는 걸 멈추지 않는 예인의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특히 Tereza My Love의 쓸쓸한 트럼본은 가히 최강이라 할만합니다.
더운 여름날과 잘 어울리는 낭만적인 앨범입니다. 특히 양복+담배 간지를 보여주는 커버는 간지폭풍! 담배는 싫어하지만 이 앨범에 담긴 조빔은 너무나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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